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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호

[어린이청소년극하는 사람들]

[청파로 373-17 #2] 가은, 다경

이혜진

청파로 373-17
#청소년 17인 인터뷰 #김가은 #정다경

청파로 373-17은 국립극단 청소년 파트너쉽 [청소년 17인]의 인터뷰 코너이다. 17인의 활동과 더불어 각 개인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자리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함께할 17인의 각기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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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밤 17인 활동에 꼭 함께 오는 두 사람이 있다. 인천에서부터 이곳 국립극단까지, 국립극단에서 인천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함께 오가는 두 사람은 활동 중에도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고,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우리는 두 사람에 대해서 이번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인터뷰 장소에도 가은과 다경이 함께 도착해있었다.


#원동력

#스타킹의 구멍과 사물함 닫기 벌칙


“오늘도 둘이 함께 왔나요?”

가은&다경 

가은  제가 1호선 끝 동인천에서 열차를 타거든요. 그리고 오는 중간에 다경이가 타는데, 제가 “몇 다시 몇 번(0-0) 칸에 타.” 이렇게 알려줘요. 그렇게 해서 같이 앉아서 오는 거예요.

다경  얘가 “야 너 타자마자 오른쪽 몇 번째 칸에 자리 있으니까 오자마자 앉아” 하면 진짜 문 열리자마자 달려가서 그 자리에 민첩하게 앉아요.

가은 아니 근데 안경을 안 쓰고 와서 가끔 제 얼굴을 막 찾아볼 때가 있는데, 제가 쳐다보지 말고 가서 타. 이렇게 말해요.

“나와 내 친구의 관계를 한마디로 정의해 보자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가은 원동력

다경 저도, 원동력

“왜 원동력이 될까요?”

다경  일단 저희 둘 다 추진력이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래서 뭔가를 하자고 하면 얼렁뚱땅 무산된 게 없이 다 빠릿빠릿하게 진행이 돼요. 그리고 한 명이 위축되거나 하면 다른 한 명이 이끌어주고, 북돋아 주고 해서 이루어낸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가은 저는 꿈에 있어서도 그렇고, 17인 지원할 때도 ‘같이 한다’라는 마음이 있어서 지원하기도 했고, 그래서 원동력인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언제부터 친했나요?”

가은&다경  중학교 1학년 때

“첫 만남이 어땠는지 기억나나요?”

가은  아직도 저는 첫 만남, 첫인상이 기억나요. 개학 첫날 종례 시간인데, 스타킹에 구멍이 났다고 종례하는 와중에 갑자기 손을 번쩍 들고 말하는 거예요. “저 스타킹에 빵꾸 났어요. 저 스타킹 빵꾸 났다니까요.” 선생님은 ‘그걸 왜 나한테 말해’ 하면서 갑자기 화를 내셔서 ‘얘는 뭐지’ 이렇게 생각했었어요. 그때는 별로 안 친해질 줄 알았는데, 그때 한창 방탄소년단이 유행했었는데 같이 좋아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통해서 계속 같이 다녔었어요.

다경 첫인상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가은이가) 선생님한테 되게 많이 혼났던 기억, 되게 이상한 사고들을 많이 쳤던 기억이 나요. 예를 들면 가은이가 도덕 시간에 갑자기 ‘쪽팔려 게임’을 해서 갑자기 나가서 교실 뒤 사물함을 다 열고 온다거나. 복도에서 큰 줄넘기로 팔자 줄넘기 돌리다 선생님한테 혼나고.

가은 그때 너무 짓궂은 장난 많이 했어요. 지금도 그래요. 지금도 해요 가끔.

“지금 좋아하는 아이돌은 바뀌었나요?”

다경 지금은 더보이즈
가은 저는 더보이즈랑 NCT

“그럼 ‘내 친구의 이런 면은 내가 제일 잘 안다.’ 하는 면이 있을까요?”

다경 사람을 볼 때 생각하는 ‘이 사람이랑 친해져야겠다, 말아야겠다’ 하는 기준 같은 걸 아는 것 같아요.

가은 저는 되게 앞만 보고 달리는 그런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제 일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계속 달리는 느낌인데 다경이는 한번 이렇게 자기가 목표가 있으면 가더라도 뒤는 한 번씩 보는 타입이란 말 이에요. 제가 뒤를 안 보고 달려서 놓치는 게 많을 때 다경이가 한 번씩 이성을 탁 잡아줄 때가 있어요.

“저에게 없는 점. 서로에게 힘이 되는 점, 도움이 되는 점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

다경 근데 이게 서로 바뀔 때가 있어요. 제가 고민 안 하고 지르려고 할 때는 얘가 붙잡아주는 편이거든요. 한번 다시 생각해 보고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서로한테 좀 그렇게 해주는 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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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꿔

#정다경 #암전의 두근거림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한마디로 정의 해 볼 수 있을까요?”

“무엇이든 빨리 질려하는 사람. 저는 스스로 무엇이든지 되게 빨리 질려한다고 생각해요.”

다경 좁게 보면 핸드폰 배경 화면 같은 것도 빨리 질리고, 제 진로도 빨리 질려서 많이 바꿔왔단 말이에요. 저는 뭘 하던 빨리 바꾸고 싶고, 기존의 걸 엎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바꿔버리는 편이에요.

“17인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새롭게 발견하거나,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을까요?”

다경 제가 지원하고 면접 보고, 제가 이루어낸 결과잖아요. 저는 빨리 질려해서 진로를 정해도 나아가는 게 없었는데, 이건 제가 이뤄내서 매주 꾸준히 한 번도 안 빠지고 이렇게 다니고 있는 거니까 내가 무언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느낌이 있어요.

“17인 활동이 질리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그러면 질리지 않게 해주는 매력은 뭘까요?”

다경 뭔가 오면 일주일 동안 기분 나쁜 일이 있었어도 스트레스 확 풀리는 느낌이라서.

“사실 17인 중에는 뛰어다니거나 춤을 추거나 하면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다경이는 활동 중에 에너지를 발산한다거나 하는 편은 아닌 것 같은데, 활동을 즐기는 다경이만의 방식이 궁금해요.”

다경 저는 행동하기 전에 계속 생각하고 그런 편이라서 약간 소심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래서 저는 오히려 활동 중에 뛰어다니는 친구들을 지켜보면서 그냥 웃고 하는 걸로 스트레스가 풀려요. 대리만족하는 것처럼.

“학교에서 어렵게 연극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고 들었고, 또 공연 연출가를 꿈꾼다고 들었는데, 다경이에게 공연이란 건 뭘까요?”

다경 저는 연극은 아니지만 무대에 올라간 경험이 많거든요. 밸리 춤을 배우기도 했었고, 연기도 배워보고 다양한 걸 많이 배워봤었는데. 그중에서 공통점을 찾으니까 공연인 거예요. 그리고 아이돌을 좋아하다 보니까 공연 보러 갈 일이 많았어요. 암전된 상태에서 노래 흘러나올 때, 사람들이 환호하고 이렇게 하는 게 제가 만든 공연도 아닌데 뿌듯하고 벅차오르는 느낌을 좋아해요. 뮤지컬이나 연극은 안 그러지만, 콘서트를 가면 시작 전에 암전되면 다들 함성을 지르거든요. 근데 그 빈 공간에, 나올 사람을 기대하면서 함성을 지른다는 것도 좋고.

“공연 연출가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다경 공연을 계속 보러 다니다 보니까 어린 생각이지만 ‘이거 이렇게 하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계속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까 공연 연출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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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김가은 #불의를 못 참거나 #사소한 것에 시비를 걸거나


“내가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한마디로 정의해 볼 수 있을까요?”

“저는 불같은 사람이에요. ”

가은 착하게 말하면 불의를 못 참는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소한 거에 시비 걸고 싶은 사람이라서. 하고 싶은 일에도 불같을 때가 있고, 갑자기 뭔가 마음에 안 들면 너무 화가 날 때도 있고. 그리고 솔직해요.

다경 솔직한 거 진짜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친구보다 덜 솔직한 편이거든요. 돌려 말하는 편인데, 얘가 옆에서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가려웠던 곳을 긁어주는 느낌?

“가은이는 여기 와서 새롭게 발견하게 된 나의 모습이 있을까요?”

가은 본 에너지 넘치는 애들을 뛰어넘는 애(수인)를 처음 봤어요. 진짜 진짜 엉뚱하다. 엉뚱한 사람을 만나는 게 재밌고요. 그리고 제 동생이 우서(중학교 1학년)랑 동갑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이런 진지한 활동을 동생이랑 같이한다고 생각하니까 되게 좀 묘하기도 하고. 이 단체에 어울리는 기분이 좋다, 재밌다. 그리고 17인 되고 나서 포스터를 보는데 ‘나 능력 있는 사람인가?’ 이런 생각이 딱 들었어요.

“자기소개할 때도 학교에서 유일하게 공연 연출을 꿈꾸는 개성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해준 게 기억이 나요. 가은에게 공연이란 건 뭘까요?”

가은 저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제가 학교에 저랑 비슷한 꿈을 꾸는 친구가 없어서 항상 다른 예술 분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랑만 활동하거나 했었어요. 그게 좀 스트레스였는데, 생각해 보니 역설적으로 아예 유니크한 거잖아요. 그래서 자기소개 때 쓰게 됐어요. 그리고 저희 학교에 김가은이 여러명인데, 저를 부를 때는 ‘공연 연출 김가은’ 이렇게 부르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래서 공연이 저를 수식해주는 말이 되고, 그래서 괜히 더 잘 알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 공연 연출이 하고 싶었어요?”

가은 제가 중학교 때 군기가 바짝 잡혀 있는 방송부였어요. 축제 전날 2주일가량 계속 점검하고 리허설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선배들에게 혼나고 구박받기도 했는데도 밤늦게까지 남아서 리허설하고 무대 만드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거에서부터 시작이 됐던 것 같아요.

“무대 만드는 게 좋았군요”

가은 저희가 없으면 학교의 무대가 아예 진행이 안 되니까, 그걸 제가 완성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공연을 책임지는 느낌.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암전을 하잖아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무대는 깜깜하고, 친구들은 다 조용해지고 다음 무대가 뭘까 궁금해하는데, 저희는 불이 켜져 있는 방송실 안에서 다음 무대를 준비하고, 사인을 주고. 그런 게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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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뒤의 5년, 우리 앞의 5n년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 경청했고, 때로는 서로의 대답을 보완해주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이런 관계가 진심으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로에게 이렇게나 집중할 수 있는 청소년 시기의 친구 관계란 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년 동안 친구였던 두 사람, 17인 활동을 하면서 서로에게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

가은 저는 다경이가 이렇게까지 낯을 많이 가리는 줄 몰랐어요. 여기는 저희 둘만 아는 사이고 다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이야기할 때 저보다 낯을 많이 가리더라고요. 내가 아는 다경이는 그렇지 않은데, 이렇게까지 많이 가렸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저는 가은이가 이 활동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그냥 다 가은이라고 생각했어요.”

다경 별다른 차이점은 못 느낀 것 같고, 오히려 제가 낯을 너무 가리니까 이끌어주는 느낌이거든요.

“‘다 가은이다’라는 표현이 인상 깊은 것 같아요. 누군가 좋아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그것이라는 것보다 강력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가은이다’라는 것, ‘다경이다’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경 그게 뭘까…? 행동이나 말에서 나오는 그런 뭔가 알 수 없는 바이브가 있는데, 뭐라고 해야 하지? 당돌하고 할 말 다 하는 편인데, 불쾌하지 않을 정도의 선을 지키고. 말을 툭툭 던지는데 그 안에 뭔가 깊은 뜻이 있는 느낌. 깊어 보이는 알 수 없는 느낌이 있어요.

가은 저는 느낌이라기보다는, 그런 거 있잖아요.

“지나가다가 맛있는 밥을 먹거나 이렇게 했을 때, 즐거워 보이는 게 있을 때 말해주고 싶은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우리 이거 같이 하자, 그렇게. 그런 느낌이 제가 느끼는 다경이에요.”

“서로 싸운 적은 없나요?”

가은 한 번도 없어요.
다경 다툰 적도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질문해보고 싶은 거나, 혹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다경 저희가 처음에는 관심사가 같아서 만난 거지만 나중에 관심사가 달라질 수 있잖아요. 그래도 지금처럼 이야기가 안 끊겼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지낸 추억을 이유 삼아서 계속 그렇게

가은 저는 먼저 치근덕거리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저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그렇게 안 하더라도, 질릴 때쯤에 먼저 말해주면 좋겠어요. 많이 질리는 성격이라고

다경 같이 있으면 너무 매일매일 진짜 하루도 그냥 뭔가 평탄하게 지나간 일이 없이 진짜 매일매일 무슨 황당한 이슈가 생기거나 그래서 질릴 일은 없을 것 같아.

가은 뭔가 눈물이 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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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혜진
인터뷰 진행 | 김미선, 이혜진
[청소년 17인]
김가은(인성여자고등학교 2학년)
정다경(인천석정여자고등학교 2학년)


[활동 소개]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창작 파트너 “청소년 17인”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파트너 청소년은 2011년 <소년이 그랬다> 서포터즈로 시작, <레슬링 시즌> 주니어크리틱, <빨간버스> 승객단, <노란달> 스토리텔링 클럽 등 다양한 이름으로 참여해왔으며, 2015년 청소년 15인을 시작으로 현재 청소년 17인에 이르렀다.
공연 연계 워크숍, 청소년예술가탐색전, 희곡개발, 연구 등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리서치와 창작, 공연제작에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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