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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메디아> 공연읽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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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 제의적 카타르시스와 현대성"


<메디아> 공연읽기 - 1. 고대 그리스 비극의 기원

2017년 2월 26일 일요일 17:00
강사 : 김헌(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부교수)


* ‘메데이아’는 ‘메디아’의 그리스어 발음입니다.
* 본 내용은 강의 녹취록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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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목에서 언급한 ‘카타르시스’는 일반적으로 ‘깨끗하게 한다’라는 뜻인데요, 의학적으로는 ‘배설, 해독’, 심리학적으로는 고민이나 불안의 ‘해소’, 종교적으로는 제사를 통해 죄악을 털어낸다는 ‘정화’를 의미합니다. 그리스 비극을 가장 고전적으로 읽는 방식은 카타르시스를 위한 종교 제의로 해석하는 것이죠. 그런데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는 <메디아>를 굉장히 현대적으로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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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悲劇)은 ‘슬픈 극‘이라는 뜻으로 영단어 Tragedy를 번역한 것인데요, 그리스어 Tragodia를 어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트라고디아(Tragodia)는 tragos(숫염소)와 a?idia(노래)라는 단어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뜻을 풀어보면 ’염소의 노래‘가 되죠. 비극이 ’염소의 노래‘라고 불렸던 이유에는 세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1. 염소 분장을 하고 하던 합창이었다는 설
2. 염소를 상품으로 내건 경연대회에서 부르던 노래였다는 설
3. 가장 유력한 해석으로, 염소를 제물로 바치며 부르던 노래라는 설입니다.

염소를 제물로 바친 이유는 죄악을 씻어내고 용서받기 위함이었죠. 즉 트라고디아는 죄의 용서를 비는 내용을 담아 신에게 부르던 종교적 합창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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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은 디튀람보스의 지휘자들로부터 생겨났다”고 했고, 플라톤의 저서 『법률』에는 “디튀람보스는 디오뉘소스의 탄생과 관련된 것이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디튀람보스’는 합창을 의미하는 비극의 형태적 기원 정도가 되는데, 그것은 디오뉘소스 신과 관계가 있다는 말이죠.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난 디오뉘소스는 부활을 상징합니다. 농사도 열매의 부활을 의미하기 때문에, 디오뉘소스는 술의 원료인 포도와 농경의 신이자 민중들의 신이 되었습니다. 민중들은 마을마다 풍작을 기원하는 의미의 봄맞이 축제로 디오뉘소스 제전을 열었습니다.

기원전 534년 아테네의 참주(왕과 귀족들로부터 고통당하는 민중들에게 지지받는 민중의 독재자)였던 페이시스트라토스는 각 마을의 축제를 한 곳에 모아 대 디오뉘소스 제전을 아테네 중심부(아고라)에서 개최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을마다 불렀던 노래들을 모아 합창 경연대회를 열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트라고디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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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원래 합창이었던 비극이 현재와 같은 연극의 형식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 일까요?

앞서 얘기했던 합창대회에서 테스피스라는 사람이 우승을 거둡니다. 그의 우승 비결은 다른 참가자들과 형식을 달리한 것이었습니다. 합창을 하는 도중 가면을 쓴 사람이 나와 몸동작을 선보인 것이죠. 관중들은 색다른 형식에 흥미를 느꼈고, 그가 우승을 차지하자 이후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그의 형식을 차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스 3대 비극작가로 불리는 아이스킬로스(BC 525-455)는 배우를 두 명으로 늘렸고, 소포클레스(BC 496-406)는 배우를 세 명으로 늘렸습니다. 배우가 세 명이 되자 그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게 되었고, 소포클레스의 비극은 현대 플롯의 원형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에우리피데스는 급기야 무대의 막을 설치하고 기계장치를 사용했죠. 원작 <메디아>의 마지막 장면에서 두 아들의 시체를 안은 메디아가 용이 끄는 마차를 타고 승천하게 되는데요, 이 장면을 위해서 에우리피데스는 기중기를 사용했다고 전해집니다. 트라고디아가 듣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진화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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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테네의 극장은 18,000명 정도를 수용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당시 정치적인 의무와 권리를 가진 남성 시민들 모두가 참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술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이 돈을 내고 오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와야만 하는 국가적인 행사였다는 것이죠. 또한 극장에 모인 시민들은 관객이기도 하지만 디오뉘소스에게 예배를 드리는 성도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합창단과 지휘자는 제사장, 무대는 제단, 등장인물은 제물을 대신하는 것이죠. 제사에서 중요한 것은 제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죄악을 씻고 새롭게 부활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고대 비극에서도 관객들이 등장인물에 얼마나 자신을 일치시킬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등장인물과 함께 죄를 짓고, 괴로워하고, 욕망을 극복하며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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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의 작가들은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과 죄악, 격정을 무대에 녹여낼 수 있는 인물들을 그렸습니다. 오늘 공연 <메디아>에서 이아손과 메디아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면 여러분은 제대로 관람하신 겁니다. 극장을 의미하는 Theatre는 그리스어 Theatron에서 기원했는데, 이는 ‘보는 곳’, 특별히 ‘관조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두고 통찰하는 곳이라는 의미죠. 관객들은 고통 받고 죽어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찰함으로서 무대 위에 자신의 죄악들을 버리고 정화된 마음으로 극장을 나갔던 것입니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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