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3월
[이슈&스토리(구)]
키워드로 보는 <메디아> 예술가와의 대화
국립극단 극단적 낭만인
- 2월 25일: 로버트 알폴디 연출, 이혜영 배우, 하동준 배우, 박완규 배우
- 3월 4일: 이혜영 배우, 남명렬 배우, 손상규 배우
(2회에 걸쳐 진행된 내용을 재구성하였습니다.)
쉴 새 없이 진행되는 110분의 <메디아>,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배우들의 열정이 관객석까지 전해질 정도로 뜨거운데요. 배우들은 공연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준비과정을 거쳤을까요?
Q. 메디아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이혜영: 저는 메디아라는 역할의 제의를 받은 1년 전부터 호메로스의 이야기나 오디세이를 비롯해, 모든 신화들을 눈이 나빠질 정도로 읽었어요. 제우스 삼촌과 포도주를 마시고 헤라 이모와 구름에 들어가 있는 꿈을 매일 꾸다가(웃음) 알폴디를 만났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현대적인 역할이 될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죠. 공연을 보시면 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껴지시죠? 전 소리를 이렇게 광적으로 질러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혹독한 훈련이었습니다. 첫 날 연습했을 때 ‘이거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늘이 왔다는 것이 정말 놀랍고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하동준: 저는 오디션 결과가 발표 났을 때부터 감격이었고 감동이었습니다. 오디션 자체가 공부가 많이 되었는데 알폴디가 무대 끝에 세워놓고 계속 소리를 지르라고 하셔서 20분 동안 계속 소리만 지르고 나오니까 목이 쉬었더군요. 그날로 담배를 끊고 훈련을 따로 했습니다. 그런데 메디아가 이혜영 선배라는 말을 듣고 ‘내가 어떻게 이 여자를 이기지?’ 하는 두려움이 생겼죠. 하지만 연습실에 와보니 선배님이 굉장히 애교쟁이셨고 배우 한 명 한 명에게 스킨십도 많이 하셔서 편한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사실 소리를 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웃음) 메디아랑 싸우려다 보니 그 힘을 못 따라갈 것 같았어요. 하지만 연출가님이 저를 강하게 만들어 주셨고, 앞으로도 힘센 장군 같은 이아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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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_알폴디
국립극단과 <겨울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 인연을 이어간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 연출가에게 보내는 관객들의 질문이 어느 공연보다 뜨거웠습니다. 그는 어떤 연출가일까요?
Q. 이번에 두 번째로 알폴디 연출과의 작업인데, 알폴디 연출이 다른 국내외 연출가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박완규: 알폴디하고 <겨울이야기>에서 처음 만났고, 이번에 다시 만났습니다. 연습 없으면 그냥 집에 가라고 하시더군요.(웃음) 배우들에게 배려를 많이 해주시고, 배우들이 잘 안 풀리고 어려우면 인내심을 가지고 끌어 올리려고 노력하시는 점, 그리고 친구처럼 배우를 아낌없이 사랑해 주는 점이 알폴디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혜영: 제가 메디아를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는 데는 알폴디의 인간적 깊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한 고통도, 사랑도, 기쁨도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웃음)
알폴디: 공연을 올릴 때 마다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관객들이 알아볼 수 있는 인물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가 고전을 반드시 현대적으로 만든다는 소문이 있더군요.(웃음) 사실 고대와 현대의 차이가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2,000년 전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아무도 모르고, 우리는 현대인들이 살고 있는 방식만 알고 있죠. 우리는 무엇에 대해 얘기하고 싶을 때에 정말 알고 있는 것만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메디아>에는 약 8분만 나오는 세 명의 배우가 있습니다. 아이게우스 역의 남명렬, 크레온 역의 박완규, 사자 역의 손상규 배우인데요! 110분의 러닝타임에 비하면 8분이란 시간은 너무나도 짧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배우 분들이 8분의 시간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Q. 8분밖에 안 나오는 이 역할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남명렬: 배우의 숙명은 첫 제안을 받고, 그 다음에 내가 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거죠. 국립극단은 그 전에도 몇 번 제안을 받고 출연을 했습니다만, (국립극단은) 지금 가장 좋은 제작 환경 속에서 연극을 할 수 있는 곳이니까 웬만하면 거절을 안 하려고 합니다.(웃음) 이혜영 배우 같은 경우에 무대에 자주 서는 배우는 아니라서, 같은 무대에 섰을 때 호흡과 느낌이 어떨까 하는 게 사실 궁금했습니다. 혜영 씨가 메디아를 한다고 하니 제가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8분이지만 행복합니다.
손상규: 저도 8분 30초 정도? 출연하네요.(웃음) 마찬가지로 이혜영 선배님 하신다는 얘기 듣고 같이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겨울이야기>에서 알폴디랑 작업을 했었는데 저한테 공부가 많이 되어서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요.
메디아의 두 아들을 맡고 있는 배강유, 배강민 아역배우가 있죠! 죽임을 당하는 실제적인 연기를 하기에는 아직 어린데도 잘 소화해낸 모습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연기에 임할까요?
Q. 아이들이 피투성이 되고 다치는 그런 연기를 하기에는 아직 어린데 그 아이들을 어떻게 도닥이시는지 궁금합니다.
알폴디: 일단 이런 질문을 물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관객 분께서 말씀하셨던 이유 때문에 다들 이 아이들이 괜찮을까 많이 걱정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여기 와 주신 여러분보다도 더, 이 극장을 ‘극장’이라고 생각하고 훨씬 더 실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이것은 그냥 연기고, 노는 것이죠. 마지막 장면 들어오기 전, 뒤에서 하얀 잠옷을 입고 기다릴 때는 매일 장난을 치곤합니다. 관객 분들은 좀 심각하게 보신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 아이들을 죽이지는 않습니다.(웃음)
이혜영: 아이들은 피 주머니를 터뜨리는 것, 그리고 넘어져서 안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Q. 아이를 죽인다는 것이 통속적으로 금기 된 장면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메디아는 추상적인 것으로 구현한 경우가 많은데 굳이 그것을 이번 극에서 실제적으로 보여준 이유가 궁금합니다.
알폴디: 잔인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저녁을 먹으며 보는 TV뉴스에서는 아이들의 시체를 보여주고 있을 때가 더러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그런 것에 익숙해졌지만, 극장에 들어와서 그런 장면을 보면 항상 놀랍죠. 저는 오히려 여기 극장에 와서 잔인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면 정말 다시 그 일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메디아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구두나 운동화 같은 신발을 신는 반면에 메디아는 슬리퍼를 신으면서 질질 끌고 다니기도 하고 천장까지 던지기도 하는데요! 왜 메디아가 슬리퍼를 신는 걸까요?
Q. 공연 중에서 메디아가 신발을 여러 번 벗던데 혹시 신화에 나오는 ‘모노산달로스’라는 개념과 연관되어서 일부러 벗으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혜영: 신발은... 사실은 슬리퍼 신을 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진태옥 디자이너님이 슬리퍼를 신으면 드레스 입을 때 전체적인 비율이 깨진다고 구두를 신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랬는데 연습 때 힘들어서 슬리퍼 신고 하다가, 알폴디 연출이 그 모습을 보고 슬리퍼를 신으면 더 좋겠다고 하더군요. 슬리퍼를 신고 연습하다 보니 어느 장면에서 꼭 벗겨졌는데 그걸 계속 살리라고 해서 계속 벗게 되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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