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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 [창작공감: 작가] 최종 선정자 발표
  • 등록일 2023.05.03

    조회 1445

국립극단 2023 [창작공감: 작가] 공모에 지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종 선정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최종 선정자

박지선, 신효진

 

※ 선정자는 가나다순으로 표기하였습니다.

※ 대상자에게는 개별 연락드릴 예정입니다.

 

 

  [창작공감: 작가]는 2021년 ‘과정 중심의 동시대 창작극 개발’을 목표로 시작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매년 공모를 통해 참여 작가를 선정하여 1년여 간의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감으로써 차기 연도 국립극단 레퍼토리를 개발해왔습니다. 2021년 공모에서 선정된 김도영·배해률·신해연의 세 작품은 2022년 상반기에 공연되었으며, 2022년 선정된 이소연의 <몬순>은 현재 공연 중이고 윤미희의 <보존과학자>는 개막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에 명시된 작품들의 소재적·형식적 다양성에서 엿볼 수 있듯, [창작공감: 작가]는 ‘올해의 주제’라고 일컬을 만한 세부 테마 없이 진행해 온 프로그램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한편으로는 어떤 주제를 어떤 형식으로 탐구하고자 하든 작가 고유의 방식을 그대로 포용하고자 하며, 또 한편으로는 [창작공감]의 대전제인 ‘동시대성’에 대한 보다 폭넓은 탐구를 응원하고자 해왔습니다.

 

  특정 소재를 취한다고 하여 ‘동시대성’이 담보되는 것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그 소재를 마주한 창작자의 질문과 태도임을 지난 2년 동안 확인하였고, 이에 따라 [창작공감: 작가]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문제의식과 언어를 작가 자신이 소망하는 만큼 충분히 벼려나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쇄신해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의 가장 큰 변화는 이번에 선정된 두 작가의 작품이 내년―상반기가 아니라―하반기에 공연될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올해 말까지는 작품개발에 온전하게 집중하고, 제작과 관련된 과정은 내년에 좀 더 여유롭게 진행하고자 합니다. 또한 작가들과 함께 만들어갈 스터디와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 또한 좀 더 개별화하여 참여 작가의 필요에 보다 직접적으로 응답하는 방식을 모색해나갈 예정입니다. 이처럼 [창작공감: 작가]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태도로 사업을 계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이는 ‘과정 중심 사업’으로서 과정 속에서 작가들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또한 함께 성장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올해 공모에는 총 50명의 작가들이 지원했으며, 이중 행정검토를 통해 서류가 미비한 9명을 제외하고 41명 작가의 지원신청서와 기발표작에 대한 심사를 심사위원들에게 의탁하였습니다. 올해 공모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예년에 비해 지원자 수가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지원자의 나이와 경력 또한 다양해졌다는 점입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프로그램 시작 이후 줄곧 [창작공감: 작가]가 ‘신진작가 지원·육성 사업’이 아니라 ‘창작극 개발사업’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 노력의 성과일 것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중견 극작가들조차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한정적인 국내 연극 생태계의 척박함에 대한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러한 갈증에 응답하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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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위원들은 총 41편의 지원신청서와 기발표작에 대한 서류심사를 통해 6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여유로운 시간 운영 속에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인터뷰 시간을 예년보다 연장했으며, 인터뷰 이후 오랜 시간의 토론을 통해 최종 참여 작가를 선정하였습니다. 논의 끝에 올해의 참여 작가로 선정된 두 명의 작가는 박지선·신효진입니다.

 

  박지선 작가의 <은의 혀>는 모든 트리트먼트 중 작품 속 인물들이 가장 생동감 있었던 작품으로, 지원신청서의 모든 문장이 작가의 탄탄한 공력을 입증했습니다. ‘돌봄’이라는 이 작품의 문제의식은 그 자체로 동시대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작가의 트리트먼트는 화두를 던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서사적·이미지적으로 이야기 안에 녹여내고자 하는 극작가의 의지와 능력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동시대성’과 ‘이야기’는 상호배타적인 것인 양,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연극은 비서사적’이라거나 ‘탄탄한 이야기를 담은 연극은 구시대적’이라는 이분법적 가정이 치밀한 논증 없이 회자되어온 국내 연극계에, 오래된 증명을 새로이 하는 작품으로 완성되리라고 기대합니다.

 

  신효진 작가의 <비의 뼈>는 작가가 전작에서 구축한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와 지향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작품으로서, 작가가 자신이 만든 세계를 온전하게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더 나아가 여타의 많은 SF 작품들이 SF를 단순히 소재로 삼고 있을 뿐 여전히 모호하거나 고전적인 방식으로 인간/비인간을 다루는 한계를 노출해 온 것에 반해, 본 작품에서 비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독특할 뿐만 아니라 명확하고 설득력 있다는 점이 주목되었습니다. 아울러 발전 가능성이 큰 연극적 표현에 대한 고민이 깊어, 타장르에서 이미 오래전 성취한 SF적 사유와 재미를 반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SF 연극’의 어법을 새로이 제안하는 작품으로 완성되리라는 기대를 모았습니다.

 

  이처럼 선정된 두 작가, 박지선과 신효진은 ‘역량 및 발전 가능성’, ‘주제와 형식의 동시대성 및 참신성’, ‘신작 개발 계획의 충실성 및 타당성’ 등 사전에 공지된 모든 심사 항목들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울러 두 작가는 [창작공감: 작가]라는 프로그램의 포맷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에 대한 분명한 계획을 가지고 있어 과정 내 더욱 큰 발전을 기대케 하여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허나 선정되지 않은 작가들의 트리트먼트가 이들보다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결코 없습니다. 작년 심사평에도 적혀있듯, “[창작공감: 작가]는 완성작을 심사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트리트먼트를 기준으로 이후 과정을 함께 꾸려나가는 사업이기 때문에 단언컨대, 이 심사의 결과는 작가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아닐 뿐만 아니라 트리트먼트에 순위를 매기는 일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미리 공유한 본 심사위원들은 모든 작품이 국립극단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공연화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습니다. 즉 ‘과정 중심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서 심사를 포함한 모든 과정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이바지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질의하고 토론했습니다. 그 마음으로, 인터뷰 심사에 응했던 나머지 네 편의 트리트먼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토론 내용을 간략하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작에 대한 정보공개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인터뷰 심사 순으로 알파벳으로 표기하고 작품의 구체적인 설정은 제외한 채 기술하겠습니다.

 

  A는 ‘국립극단’이라는 장소성을 경유하여 먼 곳의 이야기를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소환하고 역사적 양식을 통해 새로운 재미를 창안하려는 기획이 대담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트리트먼트였습니다. 그러나 이 기획의 매력은 본 작품의 핵심적인 모티브가 매우 첨예한 소재라는 점에 크게 기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모티브에 대한 작가의 고민은 부족하여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B의 경우에는 짧은 인터뷰 과정 속에서도 트리트먼트를 발전시키는 작가의 태도와 능력으로 볼 때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발전하리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극적환경 설정에 대한 디테일이 명확하지 않고 이야기의 중심 사건의 시작이 설정에 대한 설명에 밀려 너무 뒤늦게 배치되어 있다는 의견을 나눴습니다. D는 화두와 화두를 다루는 방식의 결합이 전형적이지 않은 참신한 기획으로 흥미진진한 무대가 기대되는 트리트먼트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작가가 착상 단계에 있고 서사의 방향이 너무나도 열려있기 때문에 선정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E의 경우에는, 작가의 진정성 있는 오랜 고민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서 소명감을 가지고 치열하게 질문하고 리서치해온 과정이 인상적이었으나, 도리어 작가가 지난 과정에 너무 붙들려 있는 듯하여 안타까움을 남겼습니다. 작가가 전작들에서 증명해 온 자유로운 상상력을 다시금 스스로 신뢰할 때야 비로소 작가가 현재 느끼고 있는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나눴으며, 인물들을 구축하는 것에서 다시 시작해 보기를 조심스레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모두 개별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으나 서류 심사 과정에서는 보다 더 많은 트리트먼트의 흥미로움과 섬세함, 그리고 생경함과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 나눴음을 밝힙니다. 이 모든 트리트먼트의 다양한 화두와 감각이 동시대의 사회구조와 동시대인의 정동에 대한 작가들의 통찰을 반영함을 압니다. 하여 부디 모든 창작자들의 탐구가 이 심사의 결과에 굴하지 않고 계속되어 동시대의 연극적 풍광이 보다 다채로워지길, 그리고 그 연극들을 통해 동시대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확장되고 풍성해지길 바랍니다. 이런 바람이 [창작공감]이 서 있는 자리라고 믿습니다.

 

 

다시 한번, 공모 과정에 참여해 주신 모든 작가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심사위원 배선애, 이연주, 전영지, 한현주, 김광보, 정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