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6월
[제작스케치(구)]
1945년 만주에서는 무슨 일이? 연습실에서 만나는 그때 그곳!
국립극단 극단적 낭만인
극단적 낭만인은 당일치기 여행으로 만주에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1945년의 만주 장춘에 다녀왔는데요, 제가 보고 온 장춘의 모습을 함께 보실까요?
사실 제가 다녀온 장춘은 바로 연극 <1945>의 연습실이었습니다!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분주한 서울역을 지나 빨간 벽돌이 예쁜 국립극단에 입성! 연습실에 들어가자마자 “<1945>,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라고 적힌 벽이 눈길을 끕니다.
● 연습실에 들어올 땐 신발을 벗고!
배우들이 온몸을 쓰며 땀 흘리는 공간인 연습실에서는 신발을 벗고 대신 실내화를 신어야 했는데요, 여기저기 놓인 소품들과 벽에 붙은 무대 스케치가 기대를 더했습니다.
저는 쉬는 시간에 들어왔지만 연습실 안에는 쉬지 않고 뭔가 하고 계시는 스탭 분들도, 입을 풀고 있는 배우 분들도 계셨습니다. 곧 모든 분들이 들어오셨고, 딱히 누가 쉬는 시간이 끝났다고 말하지 않아도 조용히 각자 자리로 돌아가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연습에서는 조명을 실제 공연처럼 쓸 수 없기 때문에 연출의 사인으로 장면 전환이 이루어지는데요, 사실 처음엔 연출님의 사인이 너무 은밀(?)하고 부드럽게 내려져서 연습이 시작한지도 몰랐답니다 ^^; 음향이 나오고 첫 대사가 나오고 나서야 런쓰루 Run-through(정식 무대에 들어가기 전, 마치 실제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끊지 않고 전체를 모두 연습하는 것)가 시작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그동안 많이 연습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본 무대까지 시간이 조금 남은 만큼 아직 덜 만들어진 장면들도 있었답니다. 이 역시 연습실의 재미였는데요, 연습 도중에 기존과는 다른 엉뚱한 소품이 나와 모두 웃음을 참기도 했고, 또 덜 만들어진 장면에서는 배우끼리 서로 타이밍을 맞추는 눈빛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 무대 위에선 볼 수 없던 또 다른 모습!
연습실과 공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배우들과 소품을 제외한 조명이나 무대장치, 의상 등은 상상에 맡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연습실 방문의 묘미는 본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공연을 아무리 많이 본 관객이라 할지라도! 백스테이지투어까지 가 본 열정적인 관객일지라도! 무대에 오르기 전 배우 분들의 민낯을 보기는 정말 어려울 텐데요, 그 귀한 장면을 제가 보고 왔습니다!
무대 뒤에서 대본을 들고 끊임없이 연습하시는 분, 열심히 연습을 지켜보시는 분, 무대 쪽을 가리키며 모여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 등 모든 배우 분들이 끊임없이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고 계셨습니다. 또 가상의 조명이 꺼지고 켜지는 사이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무대에 올라 조명이 켜지기 전, 그 짧은 순간에 마치 스위치가 켜지듯 배역을 소화해내는 순간을 직접 볼 수 있었는데요, 연습실이 아닌 곳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어릴 때 정말 좋아했던 만화 <유리가면>이 스쳐지나가며 “아, 이런 게 배우구나”하며 혼자 몰래 감격한 것은 안비밀입니다 ^^) 항상 관객으로서 마주하던 배우의 모습과는 또 다른 카리스마와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1945>의 맛깔 나는 본 공연을 기대하며!
좋아하던 소설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설렘과 걱정의 두 가지 감정. 기대되고 설레지만, 먼저 접한 텍스트보다 눈으로 볼 때 감동이 덜 하면 어떡하지- 하는 바로 그 걱정. 다들 한번쯤 해보셨겠죠? 극단적 낭만인으로서 연습실 방문 전 접한 대본이 너무 좋아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해 보았는데요, 역시나 기우였습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열연에 푹 빠져서 웃고, 또 눈물도 찔끔 흘렸고, 런쓰루가 끝난 뒤에는 두근거리다 못해 울렁이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나왔답니다.
그 중 가장 좋았던 장면을 딱 한 장면만 꼽아볼까 합니다. 대본을 접했을 때부터 가장 매력적이었던 두 인물이 있었습니다. 위안소를 탈출한 ‘명숙’과, 명숙에게는 가해자였지만 역사 속에서 또 한 명의 피해자였던 ‘선녀’입니다. 굴곡진 시대 속에서 생존해왔지만 서로 다른 두 인물의 만남은 긴장감 흐르는 장면을 만들어 냈습니다.
선녀 "살자! 살자! 살려구 한 게 죄야? 제발, 나두 좀 살자! 응? 다 잊구, 새루 좀 살아보자, 응?"
명숙 "다 잊어? 누구 맘대루? 니 맘대루?"
전재민 사이에 섞여들어 신분을 숨기던 두 인물이 나누는 잠깐의 대화동안 분노, 원망, 한탄 등 복잡한 감정들이 오고 가며 액션씬 못지않게 긴장감이 넘쳤고, 또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각자의 이야기가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조명도, 무대도, 의상도 없었지만 배우들의 눈빛과 몸짓, 그리고 말소리는 충분히 많은 것들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이외에도 서로 다른 입장으로 각 지역에서 모인 인물들은 구제소에서 함께 땀 흘리고, 웃기도 하는 동고동락의 시간을 보냅니다. ‘1945년’하면 떠올리기 마련인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조명 받지 못했지만 분명 그 시대를 살아왔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던 이들의 이야기. 그들의 1945년이 궁금하다면 7월 명동예술극장을 찾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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