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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0호

[어린이청소년극 이야기]

[단편 희곡] "도착한 곳은 여기야"-작 김연주

김연주

[단편 희곡]
"도착한 곳은 여기야" - 작 김연주
'어린이청소년극 100년의 시작과 현재' 포럼에 부쳐


 이 역사적이고도 의미 있는 포럼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청파로 373 웹진팀은 고심하던 끝에 청소년극을 작업하는 극작가에게는 ‘100년의 시간’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졌다. 그리하여 <발가락 육상천재>에서 12살의 인물을 인상 깊게 그려낸 김연주 작가에게 1913년과 2023년의 12살을 상상한 ‘단편’을 의뢰하게 된다.

 이 ‘단편’을 통해서 잠시 100년의 시간을 환기해보고, 포럼에서 나눈 어린이청소년극에 대한 질문을 공유함으로써 100년 전 [어린이 해방선언]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질문은 어떻게 만나고 있으며, 우리는 어느 지점을 통과/도착해 있는지 사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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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육상천재>,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을 쓴 작가 김연주입니다.
‘어린이청소년극 100년의 시작과 현재’ 포럼과 관련하여 짧은 글을 의뢰받았습니다.
포럼에서 어린이청소년극의 역사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재의 시점에서 지나온 과거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현재의 어린이청소년극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연구와 해석의 부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거울 없이 스스로를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국립극단에서의 연구와 연극이 현재 어린이청소년극을 스스로 볼 수 있게 만드는 거울이 되길 바랐습니다.
그 거울을 떠올리다 거울은 과거의 모습과 닮아있진 않을까? 그리고 과거에서 멈추지 않은 상상이 현재로까지 이어와 지금의 우리에게 닿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으로 ‘상아’와 ‘도준’을 떠올렸고 둘의 만남이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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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정상아(12)
1911년생.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공상과학 소설가가 꿈이다. 미래에 대한 넘쳐나는 상상으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현재는 어른들과 순회연극을 하며 돈을 벌고 있다. 받는 돈이라곤 과자 조가리 사먹을 정도지만 돈을 모아 자신의 공상과학 소설을 출판하는 게 꿈이다. 순회연극을 하고 돌아오는 길 도준을 만난다.

김도준(12)
2011년생. 다른 세계를 탐험을 해보는 게 꿈이지만 탐험할 용기도 함께 할 친구가 없다. 탐험을 할 수 있는 거라곤 읽는 책 뿐이다. 책도 다 읽어버려서 더 이상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12번째 생일날 특별한 일을 만들고자 큰맘을 먹고 탐험을 하기 위해 무작정 눈에 보이는 기차를 타고 길을 잃어 버렸을 때 상아를 만난다.


2023년 어느 날

공간
서울역

시놉시스
끊이지 않는 상상을 통해 탐험을 하는 상아의 상상이 흘러 100년 뒤의 도준에게 닿는다. 탐험을 꿈꾸지만 방법을 모르고 용기가 없던 도준에게 상아는 블랙홀이다. 까만 점으로 되어있지만 모든 것을 빨아들일 수 있는 강력하고 그래서 두려운 존재. 상아의 발칙한 상상은 도준을 잡아 당겨 깜깜한 블랙홀의 세계로 끌고 간다. 그 블랙홀 속에서 난생 처음 가본 적이 없는 극장을 상상하고 그들만의 극장을 짓는다. 그리고 조명이 꺼지고 깜깜한 어둠이 찾아오는 암전 속에서 블랙홀의 탐험이 시작된다. 상아와 도준은 암전이 된 순간 속에서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 모든 탐험이 가득한 빨간색 극장으로 함께 탐험할 친구들을.

서울역에서 내려 방황하기를 한참, 바닥에 쪼그리고 앉는 도준. 그런 도준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두꺼운 공책을 들고 있는 상아.

상아   (수상한) 너는 왜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아까부터 나는 널 지켜보고 있었다고. 넌 누구야? 너도 많이 본 거      같은데 (위 아래로 훑으며) 어딘가 이상해 보인단 말이지.
도준   이상한 건 너도 마찬가지야. 난 김도준. 12살. 나는 기차를 기다리고있어. 넌 누구야? 낯선데 익숙해...      꼭 어디서 본 것 같단 말이야
상아   난 정상아야. 상상을 하는 아이란 뜻이지. 나도 12살. 가려는 곳이 어딘데?
도준   탐험할 수 있는 곳. 근데 도착한 곳은 여기야. 사람들은 많고 집에 돌아가는 법은 모르겠어. 그냥 집에 가고      싶어.

울먹이기 시작하는 도준.

상아   어어. 12살이나 돼서 우는 거야?
도준   집에 가고 싶어.
상아   니가 하려던 탐험은 어쩌고?
도준   난 역시 탐험하기엔 용감하지 않나봐. 길도 잃고 엄마아빠도 보고 싶고... 무서워.
상아   원래 탐험은 무서워. 그러다 곧 짜릿하고 신나지는 거지. 난 맨날 탐험을 해. 그리고 부족해서 더 엄청난      탐험을 상상해. (두꺼운 공책을 보여주며) 이것 보라고 내 상상은 끊임없이 쏟아져서 하루도 글을 쓰는 걸      멈출 수가 없어. 그래서 어른들한테 종종 혼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쓸 수밖에 없어 안 그러면      머리가 터질 거 같거든.
도준   난 탐험을 해본 적은 없어. 책으로만 읽었을 뿐이야.
상아   근데 어쩌다 용기를 내서 오게 된 거야?
도준   매번 똑같은 생일 파티를 여는 게 지겨워서. 이번 생일은 달라지고 싶었어.
상아   짜릿한 12번째 생일을 내가 만들어주면 되잖아.
도준   (눈물을 그치며) 어떻게?
상아   난 연극을 하면서 수많은 암전 때 모험을 하곤 해. 그때는 내가 내가 아니고 이 곳이 이 곳이 아니야.
도준   암전?
상아   연극에서 깜깜해지는 순간 말이야!
도준   난 한 번도 연극을 본 적이 없어.
상아   단 한 번도? 아무래도 너를 위한 극장 하나를 만들어줘야겠다. (공책을 꺼내며) 극장은 어떻게 생겼으면      좋겠어?
도준   뛰어다닐 수 있는 극장 크기에 네모나고 지붕이 있었으면 좋겠어.
상아   (스케치를 하며) 색깔은 빨간색이 좋겠다.
도준   왜?
상아   눈에 확 띄잖아. 그리고 누가 건물을 빨간색으로 짓니? 우리니까 그렇게 짓는 거야.
도준   좋아! 빨간 극장!
상아   이 빨간 극장에서 너를 위한 연극을 만들어줄게. (두꺼운 책을 보여주며) 니가 원하는 탐험을 하나 골라.      그리고 내가 너를 위해서 공연 사이사이에 깜깜한 순간들을 많이 넣어줄게. 니가 가장 마음에 드는 깜깜한      순간을 즐기라고!
도준   그때 영원히 못 돌아오면?
상아   영원히 탐험을 하겠지?
도준   그건 싫어. 무서워. 엄마아빠한테 돌아갈래.
상아   탐험은 원래 그래.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거든. 진짜 용감한 어린이는 이런 탐험을 하는 도중에 어른이      된다고.
도준   넌 탐험을 맨날 한다면서 아직 어린이잖아.
상아   그러니까! 아직 할 탐험이 많이 남았다는 거지. 그럼 나랑 탐험할 거야 말 거야?

도준, 상아의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상아   그 이야기에 꽂혔나보네. 그럼 그 이야기를 만들러 우리가 만든 빨간 극장으로 가보자. 거기서 아주      깜깜하고 깊은 어둠 속에서 탐험을 하게 만들어줄게.
도준   나도 할 수 있겠지?
상아   이미 여기 와서 길까지 잃어버린 것만으로 넌 용감해.

상아는 도준에게 손을 내민다. 망설이던 도준, 상아의 손을 잡고...

도준   그래. 이렇게 된 거 탐험이다!
상아   그 공책 잃어버리면 안 된다! 가자!

뛰어가는 상아와 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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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어린이해방선언 中)

[소년운동의 기초조항] - 어린이 해방선언
1.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야 그들에게 대한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게 하라.
2.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야
만 십사 세 이하의 그들에게 대한 무상 또는 유상의 노동을 폐하게 하라.
3.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히 놀기에 족할 각양의 가정 또는 사회적 시설을 행하게 하라.

*소년운동의 지향점 : 윤리적 경제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어린이 해방선언 실천 방법 : 아동잡지 창간과 공연예술활동

*<어린이청소년극 100년의 시작과 현재> 포럼 손증상 발제자의 발표 자료에서 발췌함.



(2023년 우리의 질문)

어린이/청소년극의 정의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어린이 청소년극이 일반 성인극하고 다른 지점이 무엇일까요?
어린이의 정서를 어루만지고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론으로써 연극의 활용 방법이 궁금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작업과정에서 어린이 자신의 당사자성을 우선으로 하고, 반영할 수 있을까요?
청소년극이 현재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아동극과 실험극이 어떤 점에서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린이청소년극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실험들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하는 연극은 미학을 논할 수 없다는 쟁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재 예술가의 변화와 실험만으로 어린이청소년극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존재하는가,
아니라면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소년해방"에서 '해방'의 의미를 집어 주시고, 그 현재성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과거 어린이청소년극에서 그려지는 어린이청소년이 현재의 어린이청소년과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어린이청소년극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100년이라는 격변의 시간동안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진화와 발전을 축으로 질적, 양적 변화를 거듭해 온 반면 1923년의 어린이 해방선언과 2023년의 질문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어린이, 청소년의 사회적, 문화적, 인격적 주체로서 해방을 선언한 그 정신은 오늘의 우리가 추구하는 연극과 대상, 방향성에 대해 여전한 시사점을 발견하게 한다. <어린이청소년극 100년의 시작과 현재> 포럼에서 공유한 쟁점과 질문들은 아직 본격 궤도의 출발선상에 놓여있다. 지금부터 100년의 시간을 응축한 달리기를 제대로 달려야 한다.

※아래는 관련 포럼에 대해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포럼 영상 보러가기] https://www.youtube.com/@ntckmaster/videos?view=0&sort=dd&shelf_id=0
[관련 저널] <[어린이청소년극 IN] [현장] 한국 어린이청소년극 100년을 이야기하다 - 국립극단&아시테지 코리아 공동기획 포럼 ‘어린이청소년극 100년의 시작과 현재’ > https://blog.naver.com/assitejkor/223116199790

[필자 소개]
김연주 작가
특유의 블랙유머와 감각적인 연극성으로 인간의 내면과 현실을 담백하지만, 과감하게 담아내는 작가. 극작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등 다양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작 <발가락 육상천재>
각색 〈자전거도둑 헬멧을 쓴 소년〉
작·연출 〈육시내고향〉, 〈양질의 단백질〉




단편희곡 작 | 김연주
전체구성, 글 | 김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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