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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동 주앙. 그는 인간이다.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05

    조회 2204

▶제목 : 동 주앙.(몰리에르 작, 최용훈 연출)

▶공연날짜 : 2011년 3월 27일

▶배우 : 동 주앙(김도현), 스가나렐(정규수), 동 루이(권성덕)

 

 

‘동 주앙’은 프랑스 희극작가인 몰리에르의 작품이다. 몰리에르는 단순한 흥미 위주의 희극이 아닌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통한 함축성 있는 희극 작품을 만들었다.

이번 명동예술극장에서 감상한 연극 ‘동 주앙’은 먼저 ‘동 주앙’의 바람기 가득한 모습을 표현하면서 시작한다. ‘동 주앙’은 자신의 아내인 돈느 엘비르를 피해서 여행길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동 주앙은 새로운 여자 두 명을 만나게 되는데, 동 주앙은 이 두 명의 여자에게 모두 자신이 그녀들을 사랑한다며 결혼을 하자고 말한다. 그러는 바람에 동 주앙은 이 두 여자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통해 우리는 동 주앙이 정말로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에 대해 간접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한다. 또한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규칙들에 대해 반항적인 돈 주앙의 모습을 통해서 어쩌면 이러한 모습을 가진 것이 인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볼 수 있었다.

 

사실, 연극을 보러간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소극장’이다.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무대와 앞자리에 앉으면 배우의 숨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작은 한 공간. 따라서 연극을 감상하고 나면 배우의 에너지를 내가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서 영화보다 연극이 더 애착이 간다. 그런데 명동예술극장은 다른 소극장과 달리 큰 무대와 편안한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 환경에서 공연이 이루어 졌다. 그리고 배우들이 입고 있는 복장과 머리 스타일도 연극에서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시대와 잘 어울려 내용에 집중하는데 크게 도움을 준 것 같다.

또한 희곡이라는 극의 특성을 살리기 위하여 한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행동과 특히 조명이 매우 잘 어울렸다고 말할 수 있다. 한 장면이 끝날 때 배우가 퇴장하면서 내는 비명소리와 순간 번뜩이는 붉은 조명에서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우리가 그 시점에 웃을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또한 마지막에 등장했던 석상의 판타지적인 표현방식이 생각보다 인상에 남는다. 무대 한 부분을 가득 채운 거대한 석상, 그리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며 무대에 등장할 때 석상의 움직임에 맞추어 쿵 쿵 쿵 거리던 음향효과가 매우 잘 조화가 되어 인상 깊은 장면을 연출 해 낸 것 같았다.

 

그런데 환경과 무대 시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배우가 관객들이 연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를 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주인공 ‘동 주앙’역을 맡은 배우 김도현씨 뿐만 아니라 조연으로 출연한 스가나렐와 동 루이, 그리고 다른 여자역할을 맡은 배우 모두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연기를 한 것처럼 보여 졌다. 대사를 할 때 막힘없이 자신의 감정을 담아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또한 대사와 함께 자연스러운 행동도 연극에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주인공 동 주앙과 스가나렐이 함께하는 대화나 행동이 매우 자연스럽게 보였고, 조연으로 등장한 여자와 남자와의 연기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서로의 대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웃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따라서 단지 개별적으로 하는 대사와 행동뿐만이 아니라 상대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하는 장면에서 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그리고 연습을 많이 했구나!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좀 아쉬움 점이 있다. 이번에 감상한 ‘동 주앙’은 사전에 아무런 기본 배경지식 없이 본 연극 이었다. 사실, 연극이나 뮤지컬 또는 영화 등 사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감상한다고 해도 집중해서 본다면 자연스럽게 장면 장면이 이해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장면 장면이 넘어갈 때 좀 성급하게 마무리 된 것 같아 좀 아쉬운 느낌을 받은 부분이 있다.

 

2시간이라는, 어쩌면 짧을 수도 있는 이 시간동안 ‘동 주앙’이라는 연극 속에서는 수많은 장면이 지나가고 등장했다. 맨 처음 동 주앙에 대한 찬사를 시작으로 각자의 개성이 강한 두 여자 사이에서 서로에게 결혼을 하겠다고 하며 갈팡질팡하는 장면, 아내인 돈느 엘비르와의 대화 장면. 엘비르의 오빠들과의 대립장면, 무덤에서 기사를 만나는 장면 등.. 어쩌면 짧은 시간인 2시간 동안 ‘동 주앙’이라는 연극 속에는 생각 보다 많은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여러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관객들에게 충분한 내용 설명을 하는데 어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 연극 초반에 돈 주앙의 카사노바 기질을 보여주기 위해 조연들(여자 두 명)이 등장할 때, 동 주앙과 스가나렐이 무대 안쪽에서 간단한 대사를 통해 상황설명이 이루어 진 것 같았는데 이 부분에서 두 배우의 대화내용이 잘 들리지 않아 어떤 상황에서 앞선 한 여자를 만났는지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또한 아내 돈느 엘비르와의 문제 때문에 동 주앙이 도망치듯 여행길에 오르고 그 과정에서 엘비르의 오빠들을 만났는데, 사실 연극을 보는 그 순간에는 이 부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 부족해서 그냥 숲에서 동 주앙을 싫어하는 자들을 만났구나! 라고 생각하고 넘어간 것 같았다. 나중에 배우들의 대화 속에서 아, 엘비르의 오빠들이구나!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이 또한 잠시 배우들의 순간 대사를 듣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 할 수도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서 기사의 석상이 나올 때 동 주앙이 어떤 행동을 하여 기사가 죽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장면과 장면이 연결되는 부분에서 발견되었다. 아주 사소한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이러한 아쉬운 부분들 때문에 순간순간 연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같아 전체적으로 연극을 감상할 때 만족감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단순하게 동 주앙의 반항적이고 방탕한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면모를 자기 자신의 독백으로 전달한 것이 아닌 여러 장면을 포함시켜 그 상황에서 동 주앙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통해 동 주앙의 면모를 표현한 것은 매우 좋았다. 두 여자들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서로를 좋아한다고 말하며 익살스럽게 행동하는 동 주앙을 통해 아직 동 주앙은 ‘사랑’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구나! 라는 걸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해준 부분이나, 화려한 말장난으로 빚쟁이를 따돌리는 부분에서는 아! 동 주앙이 이런 면모를 가지고 있구나. 라는 것을 행동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또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신을 믿는 것처럼 연기하는 모습을 통해 동 주앙의 생각과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은 연극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동 주앙이라는 존재를 알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다만 이러한 장면의 변화가 있을 때 조금만 더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배우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라든지 홀로 대사를 하는 방법을 통해 추가적인 내용 설명이 좀 더 자세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희극이라고 하지만 애절함이 드러나야 할 부분에서는 오히려 더 진지하게 한다면 그 뒤에 희극적인 요소가 더 부각될 수 있을 거 같은 부분이 있다. 동 주앙의 아내가 결국 수녀가 되고 다시 동 주앙을 찾아왔을 때 동 주앙에게 이젠 당신을 저주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희극이기 때문이었을까? 대사를 하는 중간 중간에 웃음을 주기 위하여 순간 소리를 치는 반전? 들이 사이사이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순간 웃음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그 대신 엘비르의 안타까움과 애절함이 좀 반감되는 느낌을 받아 좀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동 주앙이 끝까지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고 지옥으로 끌려가게 되는 상황을 표현할 때 다른 배우들에게 둘러싸여 무대 밑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표현을 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좀 급하게 연극을 끝마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 뭔가 더 설명이 될 것 같았는데 동 주앙이 벌을 받고 무대 밑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그냥 연극이 끝나 왠지 그 뒤에 부가적인 내용이 더 전개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400년 전 작품인 동 주앙이 2011년 지금 우리들에게 다시 연극으로 공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 주앙은 끊임없이 외쳤다.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단지 마음이 이끌리는 데로 하는 행동일 뿐이라고. 어쩌면 그가 한 행동인 여러 여자를 만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하는 것이 어쩌면 진정으로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 지는 것이 아닐까? 언제 부턴가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더 생각하고 평범한 사회에 숨어 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특성을 드러내기 보다는 사회에 숨어 특별한 나 자신을 평범하게 만드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사회의 질서 속에서 정해진 규칙과 예의범절을 지키며 바르게 살아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어느 것에도 억압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하는 자유로운 동 주앙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동 주앙의 아버지 동 루이는 자신의 아들인 동 주앙이 신을 믿지 않고 방탕한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 매우 실망 하고 걱정한다. 이런 모습이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여 좀 더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원하는 아버지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달리 생각을 해보면 이러한 당연한 생각들이 모두 이 사회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행동 중에 하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 주앙의 이런 자유로운 모습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한 번 다시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볼 수 있게 400년 전 작품이지만 2011년 지금 우리에게 다시 연극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20110126_동주앙포스터_2절3.jpg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 2011.03.10 ~ 2011.04.03

- 월,목,금 7시 30분 / 수,토,일 3시 / 화 공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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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8일(화) 19:30, 3월 9일(수) 15:00 프리뷰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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