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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끝나지 않은 상처. 잊혀져가는 그들..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7

    조회 1761

 사람들이 북적이는 명동. 그 중심에 하나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회색톤의 포스터에 그려진 남자는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다. 그의 얼굴에 희미하게 쓰여잇는 글귀가 나의 마음을 후벼판다. "그때 난 아직 18살... 다른 선택은 없었지요...". 무엇을 선택한단 말인가? 불과 고등학생의 나이에 이 사람이 이런 허망한 표정을 지으면서까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상황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때는 1945년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은 일본 천황의 항복선언을 끝으로 수천만명의 희생자와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긴 채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세계는 승자와 패자를 나누었고, 승자는 패자를 심판한다. 그 패자들 중에는 우리 한국인들도 섞여있었다. 생계때문에 혹은 협박때문에 전쟁에 뛰어든.. 뛰어들수 밖에 없었던 그들. 전쟁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기만을 바랬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전범이라는 낙인과 패자에게 내려지는 심판. 그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징용되어 포로들을 관리했던 감시원을 한 한국인과 일본인을 주제로 일본이 패망한 이후 한국인과 일본인이 한 감옥에 갇히면서 겪게 되는 갈등을 쓴 연극이다. 일본에서 '야키니쿠 드래곤'과 '겨울 선인장'의 시나리오를 맡아 유명해진 정의신 씨는 이번 연극에서 또 한번 그 진가를 발휘하였다. 포로감시원을 하였다가 사형선고를 받았던 실존인물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적도아래의 맥베스'. 그 이야기 속으로 잠시 들어가보자.

"내가 왜 일본인이야? 나 한국사람이야!!"
'철커덩' 철창이 열리는 소리와 함게 한 사람이 내팽겨치듯 던져진다.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다시 무죄를 선고받아 부산으로 돌아간다고 좋아하던수 춘길. 그는 한국인이다. 자신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전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던 그는 자신이 한국사람임을 강력하게 주장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전쟁에서 진 일본군의 패잔병의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아버지 사랑했어요..."
연극을 좋아하며 감옥에 있는 동안 연극으로 눈물과 웃음을 주는 한 사람이 있다. 그의 이름은 남성. 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나고 싶어 자원한 한국인이다. 하지만 일본의 패망 이후 남성에게도 피할수 없는 사형선고가 떨어지게 되고.. 그렇게 사형이 집행될 날만 기다리던 남성에게 날라든 한 통의 편지. 남성의 여동생이 쓴 편지에는 아버지가 남성의 석방을 위해 이곳저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쓰여있다. 남성은 이 편지를 받고 기뻐하지만 다음 날 사형을 집행하겠다는 예고가 떨어진다. 남성은 편지를 보여주며 조금만 더 늦춰달라고 하소연하지만 감옥의 간수들은 들은채 만채 감옥문을 닫아버린다. 다음날 그는 멀리 떨어진 아버지에게 전하지 못할 고백을 하게 되는데...

"살고 싶어! 나에겐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고 있단 말이야"
대머리에 말없이 감옥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기만 하는 남자. 건장한신체에 험상궂은 얼굴. 그에게서 풍기는 위압감은 그 사람이 고위 직책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의 이름은 야마가타 타케오. 그도 한때는 일본의 장군으로 한국인 간수들에게 갖은 폭력을 휘두르며 자신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선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악독한 장군이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그에게도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 자 살고싶다고 절규하며 삶에 대한 집착을 보인다.

"이 편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세요"
까까멀이에 18~19살 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눈물 많은 엣된 청년. 그의 이름은 문평이다. 그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기 위해 전쟁에 뛰어들게 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전범이라는 낙인 뿐이었다.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리 많지 않은 전쟁보상금. 하지만 자식이 전범이 되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은 어머님은 자살을 하게되고... 돌아갈 곳이 없어진 그는 춘길에게 한가지 부탁을 하게 되는데...

생존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 '적도아래의 맥베스'. 전쟁이 끝나고 남겨진 그들을 찾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런 그들이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해프닝과 감동. 전쟁과 그들은 잊혀져가고 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20100912_적도아래 포스터최종.jpg
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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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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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탈퇴회원)

    이 공연 다음에 언제 하나요???

    2010.10.18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