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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전쟁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5

    조회 1824

적도아래의 맥베스는 명동예술극장에서 10월 2일부터 10월14일까지 공연되는 재일교포 출신의 정의신 작품, 손진책 연출의 싱가포르 수용소에서 두 번이나 사형을 당할 뻔했던 이학래(85)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이다. 태평양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연합군 포로를 감시하던 사람들 중엔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인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은 식민지에서 벗어나고 독립을 했지만 전쟁이후에 포로를 학대했다는 이유로 연합군에 의해 전범이 되어 수용소에 갇히게 되고 차례차례 사형 당한다.


연극은 그 당시의 과거 수용소에 갇혀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는 5명의 이야기와 그 중에서 홀로 살아남게 되는 김춘길이 현재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인터뷰를 하는 두 장면으로 나뉜다.연출가 손진책(63)씨는 “연극적 장치를 가급적 배제했다”며 “잊고 있던 그들의 삶을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출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연극의 장치는 비교적 간단했지만 그들의 삶을 강하게 나타내주었다.수용소에 굳게 닫혀있는 문, 주인공들의 두려움을 극대화시키는 단두대, 수돗가, 과거를 달리는 철도 그리고 반딧불배경....이들은 모두 중요한 것들을 의미하고 있다.수용소 첫 장면부터 한사람이 수돗가에서 물로 자신을 씻고 있다.
수용소에 갇힌 5명은 이야를 하다가 괴롭거나 화가 나거나 무언가를 잊고 싶을 땐 물로 자신을 씻는다.
그것이 단순히 ‘몸을 닦는다’, ‘씻는다’ 라기 보단 마음을 닦는 행위로 보여 진다.
물이라는 것이 정화, 순수라는 의미가 있듯이 그들은 물로 자신을 씻음으로서 자신들의 생각, 지금 처한 현실, 과거의 잘못 등을 씻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어쩌면 과하다 느낄 정도로 물을 사용 했던 것은 관객들에게 그들의 괴로움, 고통, 현실을 더 자세히 느끼게 해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철도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미래를 향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용소에 함께 갇혔던 ‘문평’은 후에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알려달라며 한통의 편지를 전해준다.
김춘길은 철도에 서서 과거를 회상하고, 자신이 찍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문평’의 편지를 전해주며 사람들을 향해 메시지를 보낸다.
반딧불은 유일하게 과거와 현재 속에 모두 등장하는 배경이다.과거에선 고통스런 삶속에서의 희망을 보여주고 현재에선 김춘길이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미안함,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러한 장치들이 대사, 행동과 더불어 멋진 조화를 이룬 것을 이 연극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다.
어쩌면 이 장치들 하나하나의 의미가 없었더라면 아무리 배우가 훌륭한 연기를 했더라도 그 상황에 쉽게 이입하지 못했을 것이다.또 무대가 과거 ,현재를 반복하는 사이사이에 보여주었던 그들의 사진들과 음악 역시 무대가 바뀔 때의 작은 틈조차도 허락하지 않고 계속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요소였다고 생각된다.
다섯 배우들의 열연역시 어느 하나 빠지지 않을 정도로 깊게 인상에 남았다.
하지만 수용소 장면앞부분은 지루했다. 작가는 세세한 것까지 과거를 되살려 당시상황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오히려 별로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너무 길게 끄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도 감독이 김춘길 에게 과거의 잘못만을 캐내려고 질문하는 것에 대해 과거수용소 장면에서 김춘길이 포로를 학대한 사실여부와 사실이라면 얼만큼 심하게 대한건지에 대한 사실을 충분히 밝혀줬어야 하는데 ‘일부러 그랬냐’ ‘어쩔수없었다’ 라는 식의 스쳐지나가듯 간단한 대사로만 흘려보내 보는 입장에선 이해가 잘 안가 아쉬운 부분이었다.

 

연출가는 정의신 작가에 대해 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춘 사람, 일상의 작은 것에서 소박한 기쁨을 길어 올리는 작가라고 평했다. 그의 말처럼 작가는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는 전쟁의 남겨진 수많은 피해자들 중의 한부분인 포로감시원들에게로 시선을 주고 있다.작가는 <적도아래 맥베스>를 통해 설사 그들이 포로들을 학대하고 잘못을 했다할지라도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없고 전쟁안에서의 잘잘못은 의미가없으며 진짜 전범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배경임을 것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20100912_적도아래 포스터최종.jpg
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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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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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탈퇴회원)

    물로 씻는게 자신들의 잘못을 씻어내려고 했던 것인줄 몰랐는데 알고 가네요~ 잘읽고 갑니다^^

    2010.10.15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