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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그들이 부르는 <마지막 아리랑>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3

    조회 1951

적도 아래의 맥베스- 그들이 부르는 <마지막 아리랑>

 
제일교포 작가 “정의신”의 의해 만들어진 연극 <적도아래의 멕베스>는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맥베스’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이 극에서는 한국 청년들이 일본 태평양전쟁에 동원되어 전쟁범죄(이하 전범)로 사형대에 희생되었던 실화를 그렸다. 전쟁 중에는 일본인들의 주도 하에 포로 감시원으로의 역할을 했고, 종전 후에는 전범이란 오명으로 친일 누명까지 쓴 한국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극 중 한 분의 인터뷰를 통해 회상시켜 보여주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여기서 한국 젊은이들은 그 시대에 불리던 조선인으로 등장한다.
 
이 극의 주된 배경은 싱가포르 창기 형무소 이고, 그 안에는 주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달랑 죄수복 하나 입은 까까머리 배우들이다. 이 배경은 무서운 이미지를 줄 것 같지만 이들의 연기를 보면 무섭다기보다는 연민이 느껴진다. 아마도 작가는 억울했던 그들의 현실을 더 진하게 전해주기 위해서 형무소 안을 주 배경으로 했던 것 같다.
 
강렬하고 뜨거운 조명은 제목 중 “적도아래”라는 글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무대 중앙 뒤쪽에 차갑게 세워져있던 사형대에는 누가 오를 것인가.. 하는 궁금함도 연극을 보는 내내 이끌어내서 더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사형대 계단을 오르는 소리도 무섭고, 목을 메는 소리도, 무섭고 숨이 끊어지는 소리도 무서워” 라는 대사. 공포감에 차 있던 울보의 대사이다. 더욱더 사형대는 차갑게만 느껴졌다.
 
과거 1947년 싱가포르 형무소와 현재 2010년의 논프라닥 역 등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다룬 이 연극은 이중적인 면을 보이기도 하지만 작품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 또한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는 바로 눈앞에 펼쳐진 과거를 보여주는 듯하다. 과거에서 현재까지를 지내왔던 김춘길은 그동안의 힘든 세월을 현재에 와서 아주 애절하게 진술한다. 대사 속에서 그 당시 어쩔 수 없었던 그들의 힘든 세월 이야기를 대신 전달 받는 것처럼 느껴진다. 교도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배우들은 분명 관객과 거리가 멀었지만 먼 거리에서도 느껴지는 과거 속 김춘길의 절규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특히 사형 전날의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켜 관객을 웃기려 했지만 그건 역설에 불과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태어나서 이런 기분은 처음 느껴본 듯하다. 가슴이 먹먹해진다는 기분. 해방 후에도 조국에 가지 못하는, 조선인 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취급을 당하는, 일본에게는 조선인이라고 치이는.. 이렇게 자신의 위치를 가지지 못하는 그들이 부르는 마지막 아리랑은 먹먹했던 가슴을 더 조여 오는데 한 몫을 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수 십 번 했다. “그래, 내가 이해해줄게...” 토시하나도 버릴 수 없는 대사 하나 하나는 그들의 억울함을 이해시키기에 아주 충분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연 그 시대를 잘 알고 이해하고 있었을까? 이 연극에서 다룬 그 시대는 우리가 많이 접해보지 못한 역사의 일부이다. 어쩌면 다가가기 어렵고 공감하기 어려웠을 법한데, 한 연극 안에서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이 공존하는 구성을 지닌 이 연극은 관객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반딧불에 담긴 그들의 영혼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글을 마친다.
 
20100912_적도아래 포스터최종.jpg
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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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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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탈퇴회원)

    마지막 아리랑을 부르던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네요

    2010.10.14 23:10

  • (탈퇴회원)

    정말 훌륭한 리뷰네요..마치 연극을 본것만 같아요

    2010.10.14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