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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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북 7: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 국립극단에서 발행하는 도서는 공연기간 중 하우스 개방 시간(공연시작 1시간 전부터 공연종료시까지)에 각 극장의 아트숍(1층 로비)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 정가

    10,000원

  • 쪽수

    108쪽

  • 제작

    재단법인 국립극단

책 소개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은 <원전유서>, <풍찬노숙>에 이은 김지훈 작가의 개국신화 3부작 마지막 작품이다. 공연은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얽혀 아래로부터 위로 세상이 뒤집히는 방대한 서사의 극작이 미니멀리즘한 연출과 만나면서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낸다. 본 리허설북에서는 장면별 줄거리와 연출노트, 연습과정을 기본으로 하여, 인물분석과 합평회, 리뷰 등으로 작품의 개괄적인 의미를 살펴본다. 또한 시인이자 극작가인 김경주의 에세이는 대본 분석과 관극을 바탕으로 공연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다.


책 중에서

붉은 피 선명한 개짐이 곧게 올려든 손끝에서 힘차게 펄럭였다. “날 좀 살려주시오”라고 외치며 피로 물든 광목천을 흔드는 매지의 팔은 하늘로 솟구친 깃대처럼 단호했고, 월경혈로 물든 개짐(월경대)은 ‘붉은 깃발’처럼 나부꼈다. 매지의 외침은 분명 항복 선언이었지만 그녀의 태도는 자부심에 넘쳤고, 붉은 깃발은 굴욕과 슬픔을 감당하는 자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승리를 천명하는 자의 그것에 가까웠다. ‘살려달라’는 그녀의 외침은 간청과 갈구가 아니라 산 아래 세상을 향한 그녀의 요구요, 선언이었다. - 89p

이야기는 모종의 예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을 복선이 아닌 예감이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이유가 조금 남아 있다. 예감은 감정의 잠복기를 거쳐 스스로의 말을 갖는다. 예감은 말 속에서 새로운 길을 떠난다. 예감이란 이야기와 말을 비우는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들은 선명한 이야기가 데려다 주는 세계의 피로감을 이해할 줄 아는 자이다. 좋은 작품엔 이야기를 짜는 자의 피로감을 관객에게 호소할 틈이 없다. 작가는 이야기를 짜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야만 보이는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이야기와 동침하지만 작가는 이미 작품과 별거(別居)중일 테지만. - 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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