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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고전연극탐험Ⅱ "갈매기">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에 대한 연극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5.14

    조회 5825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에 대한 연극... "갈매기"


"갈매기"란,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홉의 장막극은 드라마틱하지 않다. 극적인 사건은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일어난다 해도 씁쓸한 후일담으로 전해질 뿐이다. 등장인물 중에 괴짜는 있어도 영웅이나 악당은 없다. 대부분 끊임없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신세타령을 늘어놓지만 결코 행동하는 법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체홉이 일상을 무대에 끌어올린 현대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갈매기’는 체홉이 이전의 작품과는 다른 '새로운 삶의 의미'를 부여한 애정어린 희곡으로, 연극 안과 밖의 삶을 과장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지금도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다. 극적인 사건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그의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은 가출과 자살이라는 극적 사건이 숨어있다. 또, 사랑과 꿈이라는 불꽃에 몸을 던지는 젊은 남녀가 극을 끌고 간다는 부분에서 4대 장막극 중에서 가장 젊고 드라마틱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갈매기'는 러시아에서 초연되고 60년 뒤인 1966년 명동예술극장(옛 국립극장)에서 고 지촌 이진순의 연출로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올해 그 45주년을 맞아 같은 극장에서 지촌 선생 헌정공연으로 ‘갈매기'가 선택되었다.

 

연극에 대한 끊임없는 삶과 사랑에 대한 연극으로 삶 그대로가 여배우인 김금지.

송승환, 정상철, 윤여성, 서주희, 박지일, 이인철, 박상종 출연과

김석만 연출과 신선희 무대디자이너가 만들어내는 19세기 말 러시아의 '분위기'

 

이번 작품을 연출한 김석만 씨는 1막에선 희극성을 부각하는 대신 2막에선 비극성을 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갈매기'에는 3중 4중의 삼각관계가 얽혀 있다. 작가 지망생인 트레플레프(김수현)와 여배우를 꿈꾸는 니나(한선영), 트레플레프의 어머니이자 유명배우인 아르카지나(김금지·서주희)와 그의 연하 애인으로 니나를 유혹하는 유명 작가 트리고린(송승환·박지일), 트레플레프를 짝사랑하는 마샤(김소진)와 마샤를 짝사랑하는 가난한 교사 메드베젠코(정우준) 등등….

 

모두의 땀과 노력으로 반복되는 현실과 가슴 시린 사랑이 담기 ‘갈매기’라는 공연의 막이 오른다.

 

<갈매기>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욕구와 좌절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매일을 그렇게 살아가는 일상들. 어느새 이러한 일상은 벗어나지 못하고 반복되는 현실이 되고, 이 현실은 개인의 희망과 부조화를 이루며 좌절하게 한다.

개인에게는 심각하기만 한 방황과 좌절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소 우습게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이 연극의 등장인물들은 좌절을 희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등장인물들 간의 짝사랑, 해서는 안 되는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가슴 아프지만 삶의 감동을 위해 있어야만 하는 것도 희극적이다. 평범하지만 아픈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같은 점을 볼 수 있다.


 

줄거리

평소와 같은 조용한 일상 속에서 격정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여배우 아르까지나가 연인 뜨리고린과 함께 오빠 소린의 영지로 여름휴가를 오게 되면서 모든 사건은 시작된다. 아르까지나의 아들인 뜨레플레프는 사랑하는 니나를 주인공으로 새로운 양식의 공연을 선보이지만, 아르까지나가 연극을 인정하지 않자 화가 나서 공연을 중단하고 사라진다.

한편, 배우가 되길 꿈꾸는 니나는 유명한 작가인 뜨리고린과 사랑에 빠진다. 이 사실을 알게된 뜨레플레프는 갈매기를 죽여 니나에게 선물하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소린의 영지를 떠나 러시아로 돌아가려던 아르까지나는 연인 뜨리고린과 함께 돌아가려 한다. 뜨리고린과 사랑에 빠진 니나는 그 곳까지 뜨리고린을 따라 나서게 된다. 세월이 흐른 뒤, 뜨리플레프는 주치의에 의해 니나의 소식을 듣게된다. 니나가 뜨리고린에게 버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니나를 걱정하게 되고, 니나는 소린의 영지로 다시 돌아와서 뜨리플레프를 만나게 된다. 뜨리플레프는 니나를 설득하여 옆에 두려 하지만, 니나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먼 길을 떠난다. 니나에게 다시 또 거절당한 뜨리플레프는 가족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그 시간에 자살을 하면서 연극은 막을 내린다.




연극을 보면서 느낀점..

이 연극을 보면서 배우들의 연기력 차이가 눈에 띄게 보였다. 잘 하시는 배우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극에 녹아있고, 조금 아쉬운 분들은 연극에 비집고 들어가기엔 좀 벅차 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아르카지나 역을 김금지 씨와 나눠 맡은 서주희 씨는 자신의 욕망에 눈이 먼 중년여성의 희극성과 그로 인해 아들을 잃게 되는 어머니의 아픔을 보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현실에 가깝게 표현했다. 게임을 하면서 때론 토라지기도 하고, 어린 여자아이처럼 행동하는 부분에서는 어머니들의 소녀적인 감수성이 잘 표현되었다. 어머니라고 여자의 역할을 어느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자식들의 이기적인 태도를 다시 반성하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소녀같던 아르카지나도 철없이 마냥 천진난만하지는 않게 적당히 어머니의 본분을 잊지 않고 돌아오는 서주희 씨의 연기를 보면서 어머니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아들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자식과 싸우면서도 먼저 화해를 해야 하는 어머니의 태도에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가장 인상적인 배우는 마샤 역의 김소진 씨였다. 짝사랑의 가시에 찔린 고통을 술에 취해 휘청거리는 희극과 입술을 깨무는 비극으로 선을 조절하면서 넘나드는 그녀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연극에 집중할 수 있게 보는 사람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김소진 씨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존재감 있는 연기에 마치 마샤가 주인공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니나 역을 맡은 한선영 씨는 1막의 청순한 니나와 2막의 회한에 가득 찬 니나를 한꺼번에 담아내기엔 아직 힘든 듯이 보였다. 대사와 몸짓은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으나, 앞의 아르카지나 역의 서주희 씨와 마샤 역의 김소진 씨의 연기에 묻혀 빛을 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니나 역이 1막과 2막에서 순수함과 세상에 찌든 모습을 연기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어서 많은 부담감과 연기에서는 연륜이 묻어나오지 않았던 부분이 연극을 보고 나왔을 때 니나에 대한 인상에 아쉬움이 남은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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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를 보고 난 후에 이 연극이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연극의 주인공은 유명한 여배우와 그녀의 애인은 유명한 작가이며, 유명한 여배우의 아들은 후에 작가로 데뷔하게 되는 주인공들의 설정은 일상생활에서 찾아보기에는 좀 특이한 경우이다. 그렇지만, 주인공의 설정과는 달리 그들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사랑의 삼각,사각 관계와 짝사랑은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랑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보통 연극에서는 자신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현실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불평불만만 늘어놓을 뿐 정작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가는 진지한 고민도, 과감한 행동도 하지 않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어리석음'을 이 연극을 통해 보여주려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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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던 중에 가장 마음에 들고 기억에 남는 점은 무대장치, 무대조명과 음악의 조화였다.

보통 한 장면이 끝나고 다른 장면이 나올 때는 어두운 상태였다가 서서히 조명이 켜지면서 바로 다음 장면이 전개 되었지만, ‘갈매기’의 연출은 이와는 확연히 달랐다.

예를 들어, 다음 장면이 저택에서 시작할 때는 다음 장면으로 바뀌기 위해 조명이 꺼진 후 새벽의 어스름한 느낌으로 켜진 조명 아래서 메이드와 하인 복장을 한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소품을 하나하나씩 옮기고 조심스럽게 배치한다. 이 부분은 마치 연극 속의 시대로 돌아가, 그 곳에서 직접 그때의 상황을 보는 느낌을 받아서 연극 속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 연극 중간 중간에 삽입되었던 음악 소리가 진짜같이 들려서 음질이 매우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알맞은 슬프면서도 애잔한 감정을 배가 시켰던 음악소리에 배경음악을 너무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음악 선택을 잘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연극이 끝난 후에 안내 해주시는 분의 음악을 틀은 것이 아니라 직접 연주 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1막과 2막의 간극은 낭만적 음악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기타로 이뤄진 4인조 실내악단의 연주로 채워졌었는데, 진짜 연주처럼 들린다는 생각이 들었지, 설마 진짜일 줄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연 중간 중간 음악감독 한정림 씨가 작곡한 서정적 선율을 연주 해 주신 분들은 한정림(피아노)ㆍ이선정(바이올린)ㆍ권나형(첼로)ㆍ전형기(기타). 로 좌석의 왼쪽에서 열심히 연주 해주고 계셨던 것인데, 실제로 연주 해주셔서 연극이 마음에 더 와 닿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던 가족들이 일시정지 한 모습 뒤로 트레플레프의 자살하는 마지막 장면이 여운을 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다. 트레플레프가 해변가를 나타내주는 무대에 서서 자신이 썼던 대사를 읊고, CG로 처리 된 갈매기가 하늘 위로, 위로 천천히 날아가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줬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 주변 관람객들의 입장은 갈매기를 표현할 때 좋지 표현방법이었다고 말 하는 사람과 갈매기를 표현하는 방법이 여운을 남겨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두 분류로 갈렸다. 그 중 나는 갈매기를 잘 표현했기 때문에 여운을 남겼다는 입장이다. 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여운을 남길 방법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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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배경지식도 없이 보았던 갈매기 공연은 나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부모님의 심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고, 자식으로써의 도리를 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또한, 사랑을 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에 대한 생각도 하게 해 주었고, 사랑에 대해 이상을 쫒고 싶지만, 주어진 상황과 상대의 마음 때문에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마샤와 나의 모습이 닮아 있는 것 같아 어떻게 행동해야할 지 한 번 더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극의 전개방식과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를 보고도 많은 점을 배웠다. 시대적인 상황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저렇게 해야 하는 구나.. 라는 모범 답안을 보고 다른 부분에서도 적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갈매기 공연 영상

http://blog.naver.com/ringcycle/40127289847

20110217_갈매기포스터_2절_최종.jpg
세계고전연극탐험Ⅱ "갈매기"

- 2011.04.14 ~ 2011.05.08

- 월,목,금 7시 30분 / 수,토,일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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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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