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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3월

[인터뷰(구)]

리어왕 윤광진 연출

공연기획팀 김영래 정현주

 

리어왕


명동 셰익스피어 작품의 첫 연출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그 동안 기회가 없지 않았을 텐데 셰익스피어 작품을 아꼈던 것인가? 그렇다면 <리어왕>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윤광진 나에게는 셰익스피어가 너무 거대하게 느껴졌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아름다움, 소리, 이미지들을 극장에서 어떻게 펼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마침 명동에서 작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닿았고 ‘이제는 셰익스피어를 할 때가 되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번역 작업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좋은 배우들과 함께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명동 최근 <못생긴 남자>, <황금용>, <츄림스크에서의 지난여름> 등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발굴하셨는데, 수없이 공연되었던 고전 <리어왕>을 작업하는 것이 오히려 색다른 작업일 것 같다. 번역도 직접 맡게 되었는데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윤광진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나는 기존의 셰익스피어 공연들이 재미가 없었는데 작품을 투명하게 뚫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전에 다가가야 한다고 본다. <리어왕>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번역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셰익스피어의 원문에 가깝게 다가가는 동시에, 우리 무대에 맞도록 번역하는 작업, 즉 관객이 한 번 듣고 바로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임팩트 있는 대본을 만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현재도 계속 이 작업을 진행 중이다.

 

명동 <리어왕>은 국내외에서 워낙 명작이 많았던 작품이다. 기존의 <리어왕>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 혹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었는지?

윤광진 ‘인간이 가장 높은 지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과연 어떤 존재인가’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 ‘저 정도밖에 되지 않는 건가’ ‘얼마나 악해질 수 있나’ <리어왕>은 인간에 대한 본격적인 탐색이면서도 성찰이라 볼 수 있는데, 동시에 사회적이면서 정치적인 이유는 빈부격차, 세대 문제, 노인문제, 법과 제도의 무용성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극이 총체극이고 완전극이다. 연극이 다룰 수 있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느낌. 여러 연출가들이 이 작품은 마치 에베레스트와 같다고 이야기했다. 정상에 오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냉혹한 산이다. 피터 브룩은 이 산에 올라가면서 시신을 여럿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나름대로 끝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작품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시야를 갖고, 또 관객들에게 그런 시선을 던져주는 것에 힘쓰고 있다.

 

명동 모든 배역이 마찬가지지만 리어는 더욱 깊은 고민 끝에 결정되었다. 장두이 배우의 리어를 기대하는 관객이 많다.

윤광진 관객이 리어를 따라가는 연극이므로 두말할 필요 없이 리어가 매우 중요하다. 리어를 맡을 배우는 기술적으로 무대 위에서 시적인 대사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기량이 갖추어져 있어야 하고, 배우로서의 인격과 지적 감성, 인간적인 면모도 굉장히 중요하다. 장두이 배우와는 <아메리칸 환갑>에서 처음 만나 배우의 큰 가능성을 보았다. 국내 배우 중 국제적으로 가장 큰 경험을 한 배우이다. 피터브룩, 그로토프스키 등 세계 최고 예술가와 작업했던 경험이 인간 한계를 벗어나는 에너지로 발산되고 있다.

 

명동 리어 외에도 특별히 주목하는 배역이 있나?

윤광진 우리사회와 연결하는 통로로써 ‘광대’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왕에게 애정 어린 비판을 하고 사회 문제를 고발하는 등 매우 적극적이면서도, 다른 인물들과는 다른 언어와 움직임으로 우리 연극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역할이다. 이기돈 배우가 고생 많이 하고 있다.(웃음)

 

명동 예전 다른 인터뷰에서 본인의 연출 스타일에 대하여 ‘미니멀리즘’에 가깝다고 하셨는데, <리어왕>도 간결한 무대를 기대하면 될까?

윤광진 배우와 관객이 바로 부딪히고, 배우의 움직임과 대사가 무대 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을 <리어왕>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리어왕>의 무대는 궁전도, 황야도 아니고 그냥 무대 위이다. 이 연극에서 연극성과 사실성의 양립이 중요하다. 상충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이 충돌하면서 새로운 힘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쉬운 개념이 아니긴 하다.(웃음)

 

명동 마지막으로 <리어왕>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윤광진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쓰면서 가졌던 생각에 가깝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실 고전은 관객들이 흥미롭게 보도록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관객들이 선입견을 갖지 않고 이 작품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받아들이고 반응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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