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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자유로운 영혼, 동 주앙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04

    조회 1959

  3월 27일 나는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동 주앙’을 보았다. 이 연극을 보기 전 포스터를 잠깐 보았는데, 한 남자가 그려져 있는 어두워 보이는 포스터였기 때문에 나는 약간 무거운 느낌의 연극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극은 의외로 포스터 이미지와는 다르게, 해학적이고, 풍자적 이었다. ‘동 주앙’은 몰리에르라는 프랑스 극작가의 대표적 희극 ‘동 쥐앙’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나는 몰리에르라는 극작가는 처음 들어 보았기에, 인터넷을 이용해 간단히 조사해본 결과, 몰리에르는 프랑스 극작가이기도 했지만 배우도 하고 있었다. 인간성에 대한 성찰을 주도 다루고 있으며, 또 귀족과 서민을 동시에 풍자하는 극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리에르의 연극 ‘동 주앙’에도 당연하게 풍자와 비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동 주앙’은 주인공 동 주앙이 여러 여자를 탐닉하며 신을 모독하다가 결국 자신이 죽인 기사에게 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동 주앙은 이 세상 모든 여인들은 자신을 가장 좋아한다고 믿으며, 여성을 쾌락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사랑을 믿지 않는다. 타고난 자유주의자인 동 주앙은 이성에 근거하지 않는,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되고, 둘에 둘을 더하면 넷이 되는 산수만을 믿는 이단자로, 산수 외에는 종교도, 신도, 사회도 믿지 않는다. 또한 결투에서 사람을 죽여도 전혀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으며, 여자들과의 무분별한 결혼으로 상대를 농락하기도 하고, 아버지에게 대항하기도하며, 수려한 말솜씨로 빚쟁이를 따돌리기도 한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미안해하지도 않고, 굳이 변명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는 인간의 규범과 신, 종교를 모두 거부한 자유로운 영혼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맨 처음 도입부 장면이 가장 인상적 이였다. 동 주앙의 하인 스가나렐이 담배를 피며 나오는 장면은 나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연극을 보면서 내가 가장 기억에 남은 배우도, 스가나렐이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 연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은 스가나렐이 아니었나 싶다. 왜냐하면 스가나렐이 일종의 내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어서 더욱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바람기를 정당화하는 동 주앙이 화가 나고 답답해하는 스가나렐은 종종 동 주앙의 앞에서도, 뒤에서도 그를 비판한다. 그러나 대놓고 비판하기도 하면서도 결국 아첨하게 되는 그는 동 주앙의 하인이기 때문이었다. 스가나렐의 그러한 행동은 내 이목을 집중하기에 충분히 매력이 있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동 주앙보다는 스가나렐에게 더 공감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동 주앙과 스가나렐이 엘비라의 가족들을 피해 변장을 하고 도망치던 장면이 있었다. 그 때 의사 옷을 입고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마냥 잘난 척 하는 스가나렐의 모습은 정말 옷이 날개라는 말이 떠오르게 하였고, 정말 풍자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은 장면이 하나 더 있는데, 동 주앙과 거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거지가 동 주앙에게 동전 한 닢만 준다면, 자신이 하늘에 대고 동 주앙이 천국에 갈 수 있도록 빌어준다고 하였다. 그러자 동 주앙이 그 거지에게 동전 한 닢을 던지며, 하늘을 욕해보라고 한다. 나는 종교를 딱히 믿는 편은 아니다. 현재 교회나 절을 다니고 있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종교를 싫어한다거나 하진 않는다. 그런데도 이 장면이 기억나는 이유는, 동 주앙이 하늘에 대고 욕을 하라고 한 그 대사가 나에게는 신선했다. 중간 중간 하느님을 욕하는 장면도 보이는데, 기독교이신 분들이 보기에는 썩 좋아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다다르면서 동 주앙은 위선자가 된다. 동 주앙은 사람들에게 위선의 껍데기를 쓰고 앉아 있지 않냐 고 한다. 속으로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뜨끔하지 않았을까 한다. 나도 위선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적은 없다. 속마음과는 다르게 겉으로만 그러는 척 하는 위선적인 행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어떻게 보면 솔직한 동 주앙이 더 현명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그는 방탕하고 여자를 무시하며 사회 규범과 정의는 듣지도 낳으며, 부모에게 존경심도 없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욕망에 무척 충실한 사람이며 매우 솔직하다. 그가 옳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떻게 보면 형식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하고, 모든 규범을 따르는 그러한 고전적인 정석이 아니라, 자유롭고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는 동 주앙이 더 인간다워 보이기도 하였다. 사회적 윤리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은 자연스럽지 않고 위선의 껍데기만 쓰고 살아간다.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알진 못하지만, 지금 사회의 인간이 행하고 있는 수만은 위선들에 대해 연극 ‘동 주앙’은 나에게 여러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엔딩 자체로 보면 마무리가 조금은 아쉽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동 주앙이 석상에게 저주를 받아 죽고 마는 엔딩은 조금은 나에게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동 주앙처럼 산다면 지옥 간다는 건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마지막에 동 주앙을 에워싼 모든 인물들이 십자가를 치켜들며 지옥으로 가는 동 주앙의 당당한 모습은 괜찮았으나, 동 주앙이 지옥으로 사라진 다음 스가나렐은 더 이상 월급을 줄 주인이 없다고 슬퍼한다. 사람들은 이 장면이 웃길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편으론 직업을 잃은 스가나렐이 약간은 처량하게 느껴졌다. 해학적인 요소일 테지만, 적당한 풍자도 마지막에 보였다.
  무대는 간단하고 약간 작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연극을 보다보니 충분히 공간 활용을 잘 하였다. 2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공연은 중간 중간 소소하게 웃기기도 하였다. 그래서인지 무거운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으며 가볍게 보기 좋은 연극이었다. 하지만 그런 점으로 인하여 약간은 지루한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배우들의 대사는 약간 길고, 고지식했다고 생각된다. 그런 점이 조금 더 연극을 지루하게 한 것 같다. 과장된 의상과 행동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했지만, 대사처리가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해가 안가고 갑자기 장면이 바뀌기도 하여 보기 힘들었다.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음향과 조명이었다. 배우들이 나왔다가 나갈 때 빨간 조명이 나오며 소리를 지른다. 나름대로 관심을 끄는 연출기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을 하였지만, 꼭 그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했을까? 웃기게 하려고 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표현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라면 그냥 나가게 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웃기기도 하였지만, 계속 그런 식으로 배우들이 나가니까 거기에만 집중하게 되고 정작 볼 무대는 집중이 잘 안되었다. 동 주앙의 무대 안쪽으로 TV 모니터 같은 느낌의 액자가 있다. 무대 안에 또 하나의 액자 무대가 있는 형식으로 볼 수 있다. 무대 옆쪽에는 여자 동상도 있는데, 동 주앙은 이 여자동상마저도 탐닉하곤 하였다.
  연극 ‘동 주앙’을 연기하였던 배우들을 살펴보자면, 우선 배우의 수가 적다보니 기억하기 쉬워서 좋았다. 무대도 작은데, 배우까지 많았다면 더 산만해 보이고 안 좋았을 것 같다. 적당히 작고 적은 배우로 알차게 만든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동 주앙은 딱 바람둥이에 적당하였다. 나오자마자 처음에 나온 스가나렐과 달리 키도 크고 얼굴도 훤칠하다. 솔직히 말하면 연극에 나온 배우들 중에서 가장 잘생겼다. 그만큼 여자도 많이 따르게 생겼다는 말이 된다. 딱 동 주앙에 어울리는 역할 이였다. 스가나렐은 뭔가 약간 작고 힘없어 보이지만, 연기만큼은 야무지게 잘 하였다. 표정도 익살스럽게 잘 해서 가장 마음에 든 배우였다. 다만 연극의 주인공인 동 주앙보다 더 입지가 큰 것 같다. 다음에는 동 주앙이 더 많이 출연하고 동 주앙 위주로 연극이 진행이 되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중요하지만 많이 등장하진 않은 동 주앙의 아버지 역인 동 루이는 연기하신 분이 굉장히 나이가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면 굉장히 정정하시고 대단하신 것 같다. 연극중간에 나오는 동주앙의 여인들도 딱 동주 앙에게 반하는 모습이 잘 연출 되어서 좋았고, 그 3명의 여인 중에 나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지만 동 주앙에게 반하는 샤를로트역을 맡은 배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무 여자나 좋아하고 희롱하는 동 주앙에게 순수하게 자신을 내어주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를 버렸던 샤를로트는 귀엽고 발랄하게 연기하셔서 좋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동 주앙의 버려진 아내 엘비르 부인 역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 주셨다. 동 주앙을 향해 화를 내고 손발을 떨어가며 악을 써도 목소리가 갈라지지 않은 안정적인 발성이 돋보였다. 동 주앙이 죽였던 기사는 분장을 진짜 석상처럼 만들어서 꽤 놀랬던 것 같다. 위, 아래에서 내려온 석상은 작은 무대장치에 비해 스케일이 컸던 것 같다. 그 외에 다른 배우들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셔서 참 좋았다. 어느 배우하나 허투루 한 구석이 없어 보였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연극을 보았다. 자리도 좋아서 2시간 보는 내내 힘들지 않았고, 나름대로 탄탄한 배우들도 마음에 들었다. 결말이 조금 종교적이고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는 꽤 괜찮았다. 동 주앙은 희극의 요소를 충분히 보여주며, 우리가 재미있게 즐긴 뒤 작품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작품이었다. 뒤에서 힘들게 일하신 스태프들과 담당자분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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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 2011.03.10 ~ 2011.04.03

- 월,목,금 7시 30분 / 수,토,일 3시 / 화 공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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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8일(화) 19:30, 3월 9일(수) 15:00 프리뷰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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