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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이 비극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였을까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7

    조회 2044

 10월 12일 7시 30분 적도 아래의 맥베스를 관람하게 되었다. 역사에 관한 연극이란 것을 알았기에 역사와는 거리가 먼 나는 2시간 35분동안 어떻게 견딜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역시나 연극을 보는 내내 나는 연극의 감동보다는 지루함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이 연극은 일본에서 연출자가 태평양전쟁 당시 타이멘 철도 건설현장에서 일한 한국인 포로 감시단을 취재하려고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타이멘 철도를 건설하는 곳에서 아시아 포로들을 감시하는 감시원으로 한국인을 고용했었다. 이 때 한국인에게 여기서 일을 하면 월급도 주고 이 공사가 끝나면 일본인으로 대우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한국인 포로 감시단으로 들어온 사람은 자원을 해서 온 사람도 있으며 강제로 오게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제네바 협정이 체결된 이후 이들은 포로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이유로 B,C급 전범이 되어 감옥에 갇혀지내게 된다. 이들은 사형 선고의 두려움에 휩싸인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춘길, 남성, 문평, 쿠로다, 야마가타는 살고 싶지만 살 수 없는, 억울하지만 죄 값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비극은 한국인 포로 감시원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춘길'은 한번 석방되었다가 다시 잡혀들어오게 된다. '춘길'은 감옥에 다시 들어와 자신이 이 곳에 왜 다시 들어와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야마가타'에게 분노를 표출한다. 하지만 '춘길'을 포함하여 이 곳에 잡혀있는 한국인 포로 감시단들을 다들 누가 시켜서 했던지 스스로 했던지 포로들을 폭행하였기에 감옥에 들어와있는 상황이다. '춘길'은 자신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며 '야마가타'에게 평정심을 찾게 되지만 '춘길'도 잘못한 점이 있었으므로 '야마가타'에게 원망과 분노심을 가질 자격이 없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치르는 중이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기에 이 연극은 사실 전달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 연극의 주인공은 '춘길'이 아니라 '남성'과 '문평'이었다는 점에서는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연극을 보고 나서 주인공은 '춘길'이라고 생각했으나 주인공이 '남성'과 '문평'이라는 것에 살짝 놀랐었다. '춘길'은 이 연극에서 '문평'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후대의 세상에서 알아주기를 바랬던 것을 진짜로 세상에 알리는 매개자의 역할이었다. '춘길'이 그 때의 상황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은 잘 수행했으나 연극의 중심이 '춘길'에게로 쏠려 주인공이 '춘길'로 느껴진 것에 대해서는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 작가가 사실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었기에 이 연극이 지루했던 점은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연극을 보면서 연극의 극적인 감동은 부족했으나 그 때의 상황 전달은 잘 되었다.

 연극을 보면서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구성면이었다. 보통 연극과는 다른 현재-과거-현재의 시간 흐름이었기 때문이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연극이 진행되어 넘어가는 시점마다 집중력이나 연극의 흐름이 조금 끊어지기는 하였으나 참신한 구성이었다.

 이 연극의 내용은 한국인 포로 감시단의 비극을 알리려는 것이고 사실 전달에 비중을 둔 작가의 의도가 관객과의 교감이나 극적인 감동면에서는 성과를 얻지 못한 것 같다.
20100912_적도아래 포스터최종.jpg
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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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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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탈퇴회원)

    저도 이 연극을 보았는데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그게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010.10.17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