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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떠나는 가족> 회화같았던, 무용같았던 연극
  • 작성자 강*성

    등록일 2014.07.07

    조회 2266

길 떠나는 가족을 선택한건,

제일 먼저 명동의 제작연극이라는 것. 명동 자체제작 라인업작품은 거의 빼놓지 않고 본다. 그냥 명동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그런 힘이 있다.

둘째, 타이틀롤 (제목이 화가 이중섭이 아니니 타이틀롤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을 맡은 배우 지현준.

연희단거리패의 기본기 든든한 젊은 배우였다가 한때 티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빠져버리는 조금은 안타까왔던 순간도 있었지만 다시 무대위에서 꾸준하게 선배들과의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천상 무대위에 섰을 때가 가장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이제 삼십대 후반을 넘어가는 이 배우가 올해 동아연극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신인의 개념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어쨌든 지현준이 그려낸 화가 이중섭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길 떠나는 가족은 몇년전에도 공연을 한 바 있지만 이번 공연에서 가장 특징적이라고 한다면 모든 소품을 그림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술을 따르는 주전자와 양푼그릇, 피난짐을 싼 보퉁이, 가방, 지게....무채색으로 그려진 소품들은 연극을 약간 거리를 두고 보게 하는 효과도 있었지만 화가가 주인공인 연극에서 주인공의 작가주의를 어렴풋이나마 엿보게 하는데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품이 그냥 그림이었다면 무대에 세트를 세우는 대신 텅 비우고 그 안을 채운 물고기, 나비, 새, 해, 소 등의 오브제는 바로 이중섭이 직접 그린 그림으 형상으로 따왔다는 점이 좋았고, 앙상블로 연기한 키가 작은 배우 몇몇이 직접 그림속의 소년들이 되어 이중섭의 그림을 직접 형상화 한 점 등이 이 연극은 연극만이 아닌 이중섭의 작품을 보는 듯한 회화적인 느낌을 갖게 한 것이다.

 

무대 아래에서 직접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에 맞추어 배우들이 보여준 마임은 그저 단순한 동작이 아닌 춤같았고 그 느린 몸짓들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아스라히 사라져간 한 예술가의 여정이 느껴졌으니 이는 내가 희곡으로 읽었던 "길 떠나는 가족"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감흥이다. 이래서 연극이란 활자로 종이위에 놓여있을 때보다 직접 배우의 몸을 입고 무대위에 펼쳐졌을 때가 진짜배기이다. 내가 연극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불과 얼마전 명동무대에서 오필리어로 만났던 전경수도 반갑고, 소극장에서보다 더욱 좋은 연기를 보여준 문경희배우도 좋았고, 늘 목소리가 매력적인 장재호, 실제보다 이번엔 많이 나이들어보인 김동완, "게"역을 해도 존재감이 있는 이기돈, 다양한 역할을 보여준 한갑수, 간판배우임에도 앙상블을 맡은 배보람....연기자들을 하나하나 열거하자니 이도 끝이 없다.

올드하고 구식처럼 보일 수 있는 작품의 색채를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었던 건 물론 이윤택이라는 거장연출의 힘이긴 하겠지만 그것을 직접 구현하는 배우들의 좋은 연기였다. 배우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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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떠나는 가족

- 2014.06.24 ~ 2014.07.13

- 평일 19시 30분| 주말 15시| 7/9(수) 11시ㅣ7/12(토) 15시,19시30분 2회| 월요일 공연없음ㅣ5/27(화) 10시 예매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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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13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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