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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극단 대관공연 2 <밤으로의 긴 여로>> 시작도 끝도 없는 여행의 스틸 샷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2.11.02

    조회 2062

세 시간 남짓 한 공연이 끝났다. 연극은 답을 제시하지 않았고, 여러 개의 질문을 풀어놓았다. 가족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서로 사랑하면서도 괴롭히는걸까? 가족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그 개인이 새로 만드는 가족은 원래 속했던 가족의 복사판일까? 아님 다른 버전일까? 어떤 질문도 이제까지의 짧은 나의 생애 경력으로는 속시원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리뷰를 쓰는 지금도 연극의 장면은 내 안에서 계속 펼쳐지고 있다.

 

티론 가족은 한 사람씩 떼어놓고 보면 참 매력적인 사람들의 집합이다. 자수성가한 배우로서 사람 좋은 아버지, 좋은 집안 출신으로 섬세한 성격의 어머니, 카리스마와 박력이 있는 형, 사색적이고 감수성이 깊은 막내. 각각 떨어져 살았다면 훨씬 즐겁게 살았을 사람들인데,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엮여서 얽혀버렸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그 사실 때문에 네 사람은 꿈을 잃어버리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나아가 자신의 삶을 실패작이라고 선언하며 몰락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 연극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말이 참 잘어울리는 것 같다- 네 사람이 같이 사는 이유는 서로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다. 네 사람이 서로 문제를 빙빙 회피하고, 그러다가 다시 상대방에게 가장 상처가 될만한 말을 던져 직면시키고, 다시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서 문제의 존재를 무시하는 우스운 놀이를 계속 되풀이하는-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이유는 네 사람이 가족이라는 어쩔 수 없는 인연으로 묶여 있고, 어쩔 수 없이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연극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특별한 가족"처럼 티론 집안을 보았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면서 든 생각은 사실 이 집안이 다른 집안보다 좀 더 솔직해서 서로 더 상처를 주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가족이라는 것은 "원래" 정도 차이는 나지만 서로 상처를 주고 사랑하는 모순적인 공동체가 아닌가? 우리는 서로에게 불만을 품고 있고,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편안하면서도 불편하지만, 서로 사랑할 여유가 티론네보다 조금 더 있기 때문에 진실을 묻어두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들은 말했다.

 

"나는 꿈을 가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꿈을 버렸다. 그래서 불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가족을 영원히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가족을 떠안고 사는 것은 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티론 가족이 서로 나누는 대화에서는 증오와 사랑이 어수룩하게 변장을 한 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티론 가족의 하루를 음성과 몸짓으로 표현해서 보여준 <밤으로의 긴 여로>팀은 정말 대단한 예술가들임에 틀림없다!)

 

 <밤으로의 긴 여로>에서 나타난 티론 가족의 삶은 딱 하루치 분량이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것은 하루만 살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아니다. 평생,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질긴 인연으로 매인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시작도 끝도 없는 여행의 단편을 <밤으로의 긴 여로>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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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대관공연 2 <밤으로의 긴 여로>

- 2012.10.19 ~ 2012.11.11

- 평일 19시30분 | 주말 15시 | 월 쉼 l 10/19(금) 19시30분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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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세 이상 관람가/8월 20일(월) 오전 10시 판매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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