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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하는 습관"> 내 안의 작은 예술가와의 조우, 예술하는 습관
  • 작성자 정*민

    등록일 2011.06.24

    조회 2896

내 안에 존재하는 작은 예술가와의 조우, 연극 <예술하는 습관>

2011, 06 명동예술극장

 

  

 

<예술하는 습관>은 ‘칼리반의 날’이라는 연극의 리허설 현장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칼리반의 날’은 실존했던 두 예술가, 시인 오든과 음악과 브리튼이 25년 만에 만나는 내용의 연극이다. 말하자면 극중극인 셈인데, 그 극중극의 리허설이 작품의 5~60%를 차지한다.


 


때문에 이 작품의 플롯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줄거리는 팜플렛에서 가져왔당!

 

      플롯1 : 극장 연습실. 배우들이 연극 <칼리반의 날>을 연습하기 위해 모여든다. 연출가의 갑작스런 불참으로 무대감독이 리허설을 진행하게 되고, 작가 닐은 예고 없이 나타나 배우들의 리허설을 지켜본다. 시시각각 대본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대사를 더듬거리는 배우들 때문에 번번이 흐름이 깨지면서도 리허설은 계속해서 진행되는데...

 

     플롯2 :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은 그의 새로운 오페라 ‘베니스의 죽음’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25년 만에 시인 오든의 옥스퍼드 숙소를 찾게 된다. 장차 그들의 전기를 쓰게 될 전기작가 카펜터와 오든이 부른 콜보이 스튜어트는 그들과 대화에 끼어들고 그들의 대화를 지켜본다.

 

 

 

나는 시인 오든을 알지 못한다.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이 연극의 구체적인 내용도 알지 못한 채 티켓을 예매해버린 것은, ‘예술하는 습관’이라는 제목 때문이다. 예술하는 습관을 가진 이들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아가는 이들일까, 또 그 예술하는 습관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우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는 ‘예술’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데, 하물며 그들은 예술하는 습관이라니.

 

이 작품이 던지는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실존했던 두 예술가의 삶을 극중극으로 보여줌으로써 대중들에게 알려진 예술가의 모습과 그들의 실제 삶과의 괴리, 그리고 예술을 하게 만드는 그들의 고뇌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그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캐릭터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의 작품이 재현되는 리허설 현장을 불만이 있지만 사실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예술을 하는 이들이 자신의 예술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연기도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하므로, 관객과 직접 만나서 완성된 예술을 최종적으로 전달하는 배우들의 고민과 그들이 작가에게 제기하는 의문도 꽤나 진지하게 다가왔다. 자신이 창작한 한 편의 작품이 다른 이들의 손에서 재창작되어지는 과정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 역시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과정을 객석에서 지켜보며, <예술하는 습관>이라는 이 작품의 리허설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상상 때문에 작품을 좀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내 꿈은 글로 할 수 있는 모든 창작을 하는 것이었다. 소설을 쓰고 싶었고,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고, 드라마 대본도 쓰고 싶었고, 희곡도 쓰고 싶었다. 내 작품이 한권의 책으로 읽히기를 원했고, 스크린 속에서 한 편의 영화로 상영되기를, 커다란 무대 위에서 한 편의 연극이 되어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살아 움직이기를 기대했었다. 그래서인지 내게 예술은, 예술이란 욕심이었다. 내 창작품을 끊임없이 가꾸고 싶은 마음. 더 깊게, 더 넓게 자꾸만 발전하고픈 마음.. 어린 내게 예술이란 그런 것이었다. 겨우 고등학생, 대학을 가기 위한 글을 쓰면서, 창작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글을 쓰면서... 끝내 글을 써서 대학에 진학했고, 글을 쓰는 것을 전공하게 됨과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펜을 놓아 버린 지난 1년 6개월의 시간들. 이 연극을 보며, 나는 무대 속 인물들과는 별개로 객석에 앉아 있는 나의 예술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술을 본질, 예술을 하는 이유, 예술가의 삶. 객석에 앉아있는 150분이라는 시간 동안 이러한 키워드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끝내 완벽하게 정리할 순 없었지만, 무대 위 예술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 안에 존재하는 작은 예술가와 조우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극중극에서 동성애자인 오든과 브리튼을 보며... 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ㅋㅋ 예술가라고 하면 사실 남들과는 다르다, 달라야 한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 않은가. 그런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든과 브리튼의 실제 모습 역시 대중들이 생각하는 예술가의 이미지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예술가’ 하면 타의 모범이 되는 존경받을만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떠올릴 수 있지만 있지만, 괴상한 예술적 기질을 가지고 있는 천재라는 이미지도 매우 강하니까. 얼마 전, 대학로에서 내 뒤에 있던 여자들이 ‘야, 글 쓰는 사람치고 멀쩡한 사람 없더라. 다 좀 이상해.’ 라고 하던 대화를 듣고 피식 웃었던 게 떠오른다 ㅋㅋ

 

암튼.. 꽤 진지한 리뷰를 써버린 것 같은데.. 실제로 작품이 던져 주는 의문과 고찰은 꽤나 진지하다. 하지만 <예술하는 습관>이라는 연극 자체는 이야기를 그리 무겁게 풀어내지만은 않는다. 상당히 위트있다,는 것이 작품의 전체적인 느낌이다.

 

 

연기에 관록이 느껴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이호재, 양재성 두 배우는 극을 무겁지 않고 시종일관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중심이 되어준다. 두 배우님의 연기를 보며 역시 내공의 힘이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머지 배우들 역시 제 역할을 완벽히 해내준다. 특히 끊임없이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고 또 스스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중간중간에 빵 터지는 웃음 요소를 담당하기도 한 전기작가 카펜터 역을 맡으신 민복기 배우님의 연기가 무척 인상깊었다. 또, 무대 아래쪽에서 리허설 현장의 음향감독 역할을 맡으신 배우님이 계셨는데.. 대사가 한 마디도 없는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위치에서 극에 참여하면서 본인의 역할을 소화해내는 것도 무척 인상 깊었다. 자연스럽게 극의 흐름을 이어나가던 오지혜 배우님도, 기럭지 좋은 스튜어트도 좋았다 ^^*

 

 

 

 

  마지막으로 극장에 들어오자마자 눈에 딱 들어왔던 무대! <예술하는 습관>의 무대이자, 극중극 ‘칼리반의 날’의 리허설 현장. 매우 디테일하게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복잡한 ‘예술’이라는 키워드에도 뭔가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 사진은 커튼콜때 찍은 것!

20110520_예술하는습관_2절포스터.jpg
"예술하는 습관"

- 2011.06.21 ~ 2011.07.10

- 월,수,목,금 오후 8시 / 토,일 오후 3시 / 화 공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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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15세 이상 관람가 / 본 공연은 신한카드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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