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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동 주앙.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05

    조회 2352

 

지난 3월 27일 일요일, 나는 명동을 처음으로 가봤다. 내 생에 처음으로 명동이란 곳에 간 이유는 ‘동 주앙’이라는 연극을 보기 위해서였다. 명동 예술 극장에서 본 ‘동 주앙’은 몰리에르의 작품을 최용훈 선생님이 연출하신 연극으로 배우들을 소개하면 동 주앙 역할에 김도현분, 스가나렐 역할에 정규수분, 동 루이 역할에 권성덕분이 연기하셨다. 연극 ‘동 주앙’은 1979년 이후 32년만에 다시 한국에서 공연하게 되었다는데 몇 년전에 돈 주앙이라는 뮤지컬 광고를 본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돈 주앙’과 ‘동 중앙’은 약간 다르다고 한다. ‘동 주앙’은 몰리나가 지어낸 ‘돈 주앙’이라는 스페인의 전설적인 바람둥이인 돈 주앙의 이야기가 희극작가인 몰리에르에 희극적으로 재탄생된 작품이다. 이 작품의 모든 배경은 스페인이지만 사실은 프랑스작가가 쓰고 프랑스에서 공연 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돈 주앙’이 비극적이고 무겁다면 ‘동 주앙’은 희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본 연극은 희극적인 ‘동 주앙’이다.

‘동 주앙’의 작가인 몰리에르는 프랑스 출신의 희극 작가인데 인간의 본질을 꿰뚫고 해학과 풍자로 사람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준다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 작품에도 해학과 풍자가 들어있다면 모든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위선을 비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모두는 악한 행동을 저지르고 있지만 위선이라는 가면으로 그 악한 모습들을 감추고서 착한척을 하지는 않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간단히 이 연극의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명의 캐릭터를 설명하자면 동 주앙은 고귀한 가문출신으로 아름다운 여자들을 좋아하고 능숙한 거짓말로 그 여자들을 유혹한다. 또한 그는 신과 과학을 믿지 않으며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하다. 그의 하인인 스가나렐은 한여자를 사랑할 줄 모르는 동 주앙을 싫어한다. 연극 중간 중간에 나오는 것처럼 동 주앙의 앞에선 그를 찬양하고(종종 반대하지만) 아부를 하지만 사실은 그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고 싫어한다. 스가나렐은 동 주앙의 행동을 싫어한다. 그가 안 볼때에는 그를 비난하지만 그의 앞에서는 하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앞에서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말하지 못 하고 그의 비위를 맞추고 이해하는 척을 한다. 이런 캐릭터 설정 역시 위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위선을 가지고 있다는 동 주앙의 마지막말에 더 공감이 가게 한다.

처음에 동 주앙의 하인인 스가나렐이 나와서 담배를 찬양하면서 극이 시작되고 곧 ‘동 주앙’의 주인공인 동 주앙이 등장한다. 예쁜 여자가 있다면 만개의 마음을 준다고 할 정도로 여자를 밝히는 바람둥이인 동 주앙은 수도원의 수녀인 엘비르와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역시 그의 사랑은 쉽게 끝나 버리고, 사랑이 식자 엘비르를 피해 도망치면서도 다른 여자들을 유혹한다. 여자들을 유혹해서 그 마을에서 쫓기던 동 주앙은 자신 때문에 더럽혀진 가문의 명예를 위해 복수하려던 엘비르의 오빠의 목숨을 구해준다. 엘비르의 오빠는 자신의 목숨을 빚졌다는 이유로 동 주앙을 살려준다. 그리고 우연히 그는 자신과의 결투에서 죽은 기사의 무덤에 들려서 살아있는 동상과 만나고는 놀란다. 그는 그 동상을 자신의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동상은 정말 저녁 식사에 찾아 왔고 그날을 계기로 동 주앙은 회개를 하는 듯 했지만 그 행동들이 사실은 거짓이었음을 스가나렐에게 말한다. 위선의 가면까지 쓰게 된 그는 결국 하늘의 천벌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무덤으로 빨려 들어가 죽으면서 연극은 막을 내린다.

엘비르의 오빠들이 동생과 가족의 명예를 먹칠한 동 주앙에게 복수를 하기위한 여행중에 큰 오빠가 홀로 떨어져서 산적들과 싸우면서 위험 했지만 동 주앙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을 구해준 남자가 자신의 여동생과 가문에 치욕을 준 동 주앙 이란걸 알고는 자신의 목숨을 빚진 것을 갚는 것과 가문의 명예를 되찾는 것을 저울질하며 고민한다. 불과 몇분전에 귀족은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명예라고 말해 놓고는 자신을 구해줬다는 이유로 그를 살려준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다고 목숨보다 소중 하다던 명예를 더럽힌 동 주앙을 살려주는 이 아이러니함으로 겉과 속이 다른 귀족들의 위선을 비꼰다.

작가가 우리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은 끝부분에 동 주앙이 다른 사람들의 위선에 대해 했던 대사들이다. 동 주앙은 다른 사람들의 위선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모두가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위선의 가면을 쓰고 거짓된 행동을 한다고 말하며, 자신은 그 거짓된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을 뿐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동 주앙도 위선의 껍데기를 택한다. “나는 나의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다. 대신, 악행이라 불리는 나의 행동들을 면죄해줄 위선이란 가면을 뒤집어 쓰겠다“ 동 주앙도 자신이 저지른 악한 행동을 가면을 쓰고 위선으로 자신의 행동을 포장하기로 한다. 이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같은 선택이지만 동 주앙만이 벌을 받는다. 오히려 그는 그 벌을 피하려고 구차하게 굴지 않고 그 벌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오래전부터 거짓된 가면을 쓰고 있는 위선자들도 벌을 받을줄 알았지만 벌을 받지 않고 동 주앙만 벌을 받게 되어 혼란스러웠다.

가장 웃겼던 인물들은 엘비르의 두 오빠들 이었다. 두 명 모두 처음 등장 장면에선 진지한 귀족의 모습으로 등장 하는가 싶더니 곧 촐싹(?)대고 가벼운 행동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동 주앙’에서는 진짜 귀족 같은 귀족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아마 작가가 귀족답지 못한 귀족들을 비꼬기 위한 설정인 듯 하다.

가장 웃겨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동 주앙이 약혼자인 엘비르를 피해 도망가다가도 다른 여성에게 반해 그녀를 배로 납치 하려다가 어느 마을에 표류하게 되었다가 그 마을의 여자들에게 반해서 그 여자들을 유혹하는 장면이다. 두 여자와 동시에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화려한 말솜씨로 두 여자 모두를 유혹한다. 심지어 그 두 여자 중 한명은 결혼할 남자친구가 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한 여자에게 유혹하자 여자가 자신의 어디가 가장 아름답냐고 묻자 동 주앙이 말한다. “넌 인중이 예뻐” 그 대사를 들었을 때는 웃겨서 발까지 찼다. 또 빚쟁이를 집에서 내보낼 때도 동 주앙의 화려한 말 솜씨를 볼 수 있었는데 그는 빚쟁이가 돈을 갚으란 얘기를 하지 못하도록 쉴새 없이 몰아 부친다. 빚쟁이의 가족들의 근황을 얘기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빚쟁이가 좋아하는 의자에 앉게 해서 기분을 좋게해 결국 돈 얘기는 꺼내 보지도 못하고 나가게 만들었다.

가장 특이하면서도 재밌는 장면은 배우들이 퇴장하는 장면이었다. 배우들이 퇴장하면 배우가 나간 쪽에서 불빛이 나오면서 이상한 괴음(?)이 나오고 배우들은 그 쪽을 보면서 재밌는 표정을 짓는다. 처음에 봤을때 정말 웃겼지만 배우들이 나갈 때 마다 같은 장치를 계속 쓰다 보니 나중에는 처음만큼 재밌거나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지않고 식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재밌게 퇴장해서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잘되지 않는 부분들은 동 주앙과 스가나렐이 마을에서 도망치는길에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나서의 일들이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숲 속에서 만나 길을 알려준 거지에게는 신을 욕을 하면 돈을 주겠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말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거지가 신을 욕하지 못했음에도 그 거지에게 돈을 주었다는 것도 의외였다. 그 숲에서 동 주앙은 하인 옷으로 스가나렐은 의사 옷으로 갈아입고 도망 다녔는데 그때 스가나렐은 자신의 말대로 마치 자기가 의사가 된 것 처럼 행동이 거만해 지고 권위적으로 변하면서 위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뮤지컬 ‘돈 주앙’의 결말은 우리가 본 동 주앙이 하늘의 벌을 받아 죽는 결말과는 꽤 다른 결말이었다. 뮤지컬에서는 돈 주앙이 진짜 사랑을 알게되는 벌을 받게 되어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어서 그 여자를 위해 죽게되는 비극적인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뮤지컬의 진짜 사랑을 알게 된다는 결말이 더 맘에 든다. 사랑을 믿지 않는 그에게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면서 아픔을 겪고 결국 죽음을 택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연극의 무대는 생각보다 간단하고 소품도 많이 배치하지는 않았다. 장면의 이동은 꽤 나오지만 배경을 자주, 많이 바꾸기 힘들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장치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꾸몄다. 바다는 파란 조명을 비추거나 인물들의 대사나 배경에 간단한 소품을 배치하면서 쉽게 장소의 변경을 표현해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이 훌륭했지만 특히나 동 주앙과 스가나렐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코믹한 연기, 몰입력은 정말 대단했다. 결말 부분에서는 진지한 주제들이 나와야 해서 많이 줄었지만 초반부터 깨알같이 재미있는 몸 개그나 말장난 같은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와서 신나게 웃을 수 있었다. 웃음에 너무 신경을 쓴듯한 느낌도 없진 않았지만 재밌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연극이 어렵지 않고 전체적으로 웃긴 장면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나같이 연극을 처음 보는 사람들도 두 시간 동안 재밌게 웃으면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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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 2011.03.10 ~ 2011.04.03

- 월,목,금 7시 30분 / 수,토,일 3시 / 화 공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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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8일(화) 19:30, 3월 9일(수) 15:00 프리뷰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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