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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세기의 바람둥이 동 주앙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1.04.05

    조회 1997

한 편의 연극이 끝나고 사람들이 극장을 벗어날 때 사람들은 저마다 그 연극에 대한 평가를 한다. 재밌다, 멋있다, 웃기다, 슬프다, 재미없다, 등등 내가 동 주앙을 보고 극장을 벗어날 때 내 감상평은 2가지였다. 웃기다, 허무하다. 이 두 가지가 한 번에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연극을 보면 많은 감상평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나의 감상평은 위의 두 가지이다.

동 주앙은 공연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실존 인물이었던 동 주앙의 행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이기도 하다. 유명한 뮤지컬 배우인 김도현 씨가 동 주앙의 역을 맡았고, 배우인 정규수 씨가 스가나렐, 영화배우이자 연극배우인 권상덕 씨가 동 주앙의 아버지인 동 루이의 역을 맡았다. 4/3 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동 주앙의 첫 시작은 누구나 기억의 남을 것이다. 스가나렐이 담배를 물고 나와서 현제 담배와는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17세기의 담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부터 관객들의 웃음이 시작된다. 또한 동 주앙 그를 혐오하지만 주인이기에 어쩔 수 없이 떠받드는 스가나렐이 동 주앙의 뒤에서 그를 욕할 때는 정말 웃지 않을 수 없다. 동 주앙은 잘 못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스가나렐은 그걸 알면서도 자신의 주인인 동 주앙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스가나렐이 자신의 주인님에게 말을 할 때 섞여있는 약간의 조롱과 희롱이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가장 큰 요인중 하나였다. 연극을 계속 보다보면 동 주앙은 계속해서 ‘여자들을 어떻게 하면 정복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져 그것에 대한 생각뿐이다. 자신의 아버지의 명예, 자신이 귀족이라는 자부심, 나라의 귀족이라는 책임감과 같은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욕망을 위해 행동한다. 지나가는 길에 예쁜 여자가 있다면 그 여자를 꼬셔야 적성이 풀리는 것이 바로 동 주앙이라는 인물이다.

명동 예술극장에서 공연한 동 주앙은 해학적 요소는 정말 뛰어나다. 그러나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조촐한 면이 없지 않다. 해학적인 요소만이 너무나 강조된 나머지 그 분위기가 진지해야 하는 부분에서도 해학적으로 덮어버린다. 그러다가 갑작스러운 엔딩의 분위기에 보통 관객이라면 약간은 의아함을 느낄 법한 연출이었다. 도적들과 칼부림을 하는 장면이나 부상당한 호위병이 와서 보고를 할 때 조금이라도 엄숙한 분위기를 보여줬다면 공연 전체가 해학적이라는 생각이 바뀔 수 도 있었을 것이다. 한 번에 한가지의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세 가지의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 주앙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들 중 하나는 기사도 정신이었다. 동 주앙에게 목숨을 빚진 기사가 충분히 동 주앙을 죽일 수 있는 기회였는데도 동 주앙을 노아준 것을 보면 그 당시의 기사의 성품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다. 보통사람이라면 자신의 원수에게는 어떤 일이 있어도 복수를 하는 게 상식적이지만, 목숨을 빚진 상황이라고 자신의 원수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역시 기사는 기사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옛날 삼국지시대의 ‘적벽대전’때의 관우가 조조를 놓아준 것과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 주앙은 빚이 있었다. 얼마의 빚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동 주앙이 빚쟁이가 찾아 왔을 때 보여준 재치와 사람을 휘어잡는 말발은 ‘빚쟁이들에게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배워두는 것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현대에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중간에 끊는 것은 엄청나게 큰 무례이다. 그것은 옛날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동 주앙이 보여준 말투나 태도는 전혀 무례하거나 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상대방의 말을 끊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을 하려고 했던 당사자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라 동 주앙의 재치가 빛을 바랬기 때문이다. 동 주앙은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그에게 친구처럼 다정하게 다가간 것으로 그의 눈을 멀게 만들었고 그에게 자신의 의자보다 좋은 안락의자를 대접함으로써 그의 생각을 멎게 만들었다. 그리고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그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오는 질문들은 상대방이 어떤 말도 못하게 만들 만큼 재치가 있는 것 이었다. 나는 남에게 돈을 빌릴 생각이 없다. 그러나 나중에 친구가 빚쟁이에게 쫒겨 다닌다면 이러한 방법으로 빚쟁이를 회피하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다.

내가 본 동 주앙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죽은 기사의 무덤에 갔을 때가 아닌가 싶다. 그곳에서 동 주앙과 스가나렐은 기사의 고개가 끄덕여 주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거기서부터 동 주앙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이라는 암시가 된다. 그 기사는 동 주앙과의 결투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 그 기사가 무슨 이유로 동 주앙과의 결투에서 목숨을 잃게 되었는지는 내가 본 동 주앙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원작의 내용에서 보면 동 주앙이 한 기사의 딸을 꼬시게되고, 그것을 본 그녀의 아버지는 동 주앙과의 결투를 하게 된다. 그 결투에서 동 주앙은 승리를 하게 되고, 기사는 죽음을 맞이한다. 원작에서는 이때부터 죽은 기사의 저주로 인한 동 주앙의 비극적인 최후가 암시되지만, 우리나라에서 공연한 동 주앙에서는 앞부분이 없는 관계로 암시는 동 주앙이 죽은 기사의 무덤을 방문했을 때부터 나타나게 된다. 동 주앙은 자신의 눈으로 죽은 기사의 석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봤지만 그것을 부정한다. 천생이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으며 살기 때문이다. 난 그러한 동 주앙을 불쌍하게 생각한다. 자기 자신만의 즐거움을 위해 사는 사람은 그 즐거움보다 더욱 큰 슬픔을 맡보게 된다. 동 주앙 또한 그렇지 않았을까?

동 주앙이라는 인물은 자신의 생각을 무조건 적으로 밀고 나간다. 그건 남성으로써는 정말 멋있는 행동이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는 전재 조건이 붙어있어야 한다. 여기서 동 주앙이라는 인물은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상에 사랑은 꼭 한사람과만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결혼도 한번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 재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 주앙의 행동은 잘못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자마자 그 사람이 어떤 상태이든지 상관없이 그 사람을 버리는 것은 잘못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남성이라면 동 주앙을 부러워 할 만도 하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 또한 동 주앙이 부럽다. 남자라면 누구나 예쁜 여자를 꼬시는 것이 인생의 목표(?) 일 수 있는 것이다.(그렇지는 않다...)

처음에 이야기했던 감정중에서 웃긴것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한 것 같다. ‘허무하다‘라는 감정이 든 이유는 이 공연의 마지막 엔딩장면 때문이다. 갑작 풍경이 변화하고 배우들이 비석들을 끌고 나타난다. 죽은 기사도 이때 나타난다. 모든 이들이 동스럽게 동 주앙 주변의 주앙에게 잘못을 뉘우치라고 이야기 하지만 동 주앙은 자신의 신념대로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그러다가 땅이 꺼지고 그곳으로 동 주앙이 사라지며 이야기가 끝이 난다. 연극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줄 몰랐던 나는 큰 허탈감을 느꼈다. 내용에 비해 엔딩부분이 조금은 조잡한 느낌이 너무 컷다.

동 주앙은 땅 속으로 사라지며 사람들에게 저주를 한다. ‘너희들이 믿는 신이 나를 벌한다면 내가 믿는 신이 또한 너희들을 벌할 것 이라고.’ 이 대목에서 나는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난 신을 믿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사후세계 그런 것도 믿지 않는다. 여기서 동 주앙을 벌하는 신은 여러 사람들이 믿는 신이 아니라 그 신의 대리자가 벌을 내린다고 하는 것이 정당할 것 이다. 신은 인간에게 단 한 번도 자신을 내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연극이 끝나고 허무함과 함께 ‘과연 신은 존재할까?’의문까지 얻게 되었다. 동 주앙이 살았던 당시에는 종교적 가치관이 무척이나 컸기 때문에 종교에 관한 내용까지도 나오지 않았나? 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나에게 무척 많은 웃음과 생각을 가지게 해준 고마운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즐거움과 감동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되도록 더욱더 정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20110126_동주앙포스터_2절3.jpg
세계고전연극탐험Ⅰ "동 주앙"

- 2011.03.10 ~ 2011.04.03

- 월,목,금 7시 30분 / 수,토,일 3시 / 화 공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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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8일(화) 19:30, 3월 9일(수) 15:00 프리뷰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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