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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도 아래의 맥베스> 죽음과 생명, 선과 악, 두 맥베스의 선택
  • 작성자 (*퇴회원)

    등록일 2010.10.16

    조회 1756

  눈에 띄진 않지만 확실히 새롭다. 
단순히 피부로만 느껴지는 감각이다. <적도아래의 맥베스>의 처음 느낌이다. 이런 단순한 피부감감이 우리의 뇌와 심장의 문을 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적도아래의 맥베스>는 TV방송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만난 일제 포로수용소의 한국인 감시원이었던 춘길(서상원)과 태국 태면철도와의 재회로부터 시작된다.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히로시(이기봉), 촬영감독 마사야(오일영), 음향담당 스스무(홍성락)가 춘길을 만나 증언을 녹화하게 된다. 그러던 중에 히로시는 제작사로부터 압박을 받게 되어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춘길을 추긍하게 된다. 그러나 춘길은 동료들의 설움과 슬픔을 알리기 위해 히로시의 무례함을 무릅쓰고 촬영을 계속하게 된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어느 싱가폴 형무소에 4명의 수감자가 있다. 그리고 얼마 후 과거의 춘길이 석방되었다가 다시 잡혀 들어온다. 4명의 수감자는 춘길과 같은 한국인 감시원이고 일본군 군속인 연극 맥베스의 단역으로 활동하고 항상 긍정적이고 밝으려고 노력하는 남성(정나진)과 자신의 걱정만 하고 계실 고향의 어머니에게 매일같이 편지를 쓰는 문평(황태인) 일본군으로 활동했던 지난날을 후회하는 쿠로다(최봉진) 그리고 춘길의 죽마고우를 죽이게 하고 군속들을 부리던 야마가타(조정근)이다.

  포로를 학대했다고 억울한 판결을 받는 한국인 군속들과 일본군들은 사형선고만을 기다리는 처지이다. 단지 포로수용소에 한국인 관리로 일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재판을 받고 수감 중이다. 심지어 춘길을 야마가타를 죽이려고 하다 실패한다. 그러던 중 남성과 야마가타에게 사형 집행이 떨어지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던 지난날을 현재의 춘길을 회상하게 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배우들은 각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있게 된다. 그것이 과거든 현재든 중요하진 않다. 남성, 춘길, 문평은 징병을 피해 군속이 되었다고 한다. 과거의 선택이다. 이 선택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운명의 소용돌이 안에서 문평은 어머니의 걱정에, 부치지 못한 편지를 쓰면서 억울함을 달래고 남성은 자신이 셰익스피어의 연극 맥베스의 주인공인 맥베스와 같다고 하며 모든 선택은 자기가 자초한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담화한다. 춘길은 영국포로를 학대하여 재판을 받지만 학대하지 않았다고 하여 감형을 받게 된다.

  남성과 야마가타가 사형집행 되기 전날 밤에 춘길은 죽마고우를 자살하게 한 야마가타에 대해서 끝없는 분노의 감정을 잘라내게 된다. 야마가타를 용서하게 된 것이다. 죽음이란 선택할 수 없음이 춘길의 야마가타에 대한 증오는 연민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춘길은 내적갈등을 풀어감에 있어서 선과 악을 삶과 죽음으로 풀어가는 인물이다. 살기위해 거짓말을, 악을 감행하고, 또 죽음을 보며 분노가 연민으로 바뀌는 유약한 인물이다. 반면, 남성은 수감되어 있는 동안에도 즐거움을 찾고 삶의 주어진 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형집행 전날엔 연극도 선보이고 내일 죽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처지인 야마가타와는 대조를 이룬다. 물론 남성에게도 후회, 악의 감정은 존재한다. 심한 내적 갈등이 밀려와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다만 그도 죽기 전에 아버지의 그리움에 분명 선택에 후회를 했을지도 모른다. 선택에 대한 성찰이 표출되는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형대로 올라가는 남성의 모습은 남자이면서도 당당한 천사와도 같다고 표현하고 싶다. 자신이 갖는 근본적인 악에 물들지 않던 모습은 천사이면서도 타락한 루시퍼와는 비교할 만한 부분일 것이다.
  남성과 춘길은 내적갈등을 다른 모습으로 풀어낸다. 춘길에게서는 내적갈등의 선과 악의 선택이 교차하는 인물로 남성은 악에 물들지 않는 선의 선택의 인물로 그려내다. 춘길에게나 남성에게나 삶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는데 이 모습은 실제의 원작 맥베스에게도 나타나는 부분이다. 운명의 두려움과 도덕적인 망설임으로 괴로워하는 맥베스의 모습을 춘길과 남성의 이름으로 나타내주고 잇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실 <적도아래의 맥베스>라는 제목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왜 적도일까, 왜 맥베스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적도... 지구상에서 태양의 기운이 가장 강력하게 닿는 부분... 더운 것을 넘어 뜨겁고 따가운 존재를 피하려다 가장 뜨거운 곳으로 가게 된 한국인 군속들의 아픔이 단 두 음절에 표현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연출가는 한국인 군속에 대한 억울함만을 관객들에게 알리려고 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춘길과 남성을 보며 두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어떻게 빚는지 또 사람이란 동물의 선과 악, 또는 내적갈등의 고찰과 본질이 어떤 식으로 느껴지는지 관객들에게 되묻고 싶은 것 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심한 내적갈등은 아름답게 미화시키는 부분이 있다. 바로 “반딧불이”이다. 반딧불이는 억울한 동료들의 혼이 남아 떠도는 것 같다고 춘길은 말한다. 그리고 반딧불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무대를 과거와 현재로 나누는 스크린막이 미화를 더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인물의 앞과 뒤로 입체감 있게 나타나는 반딧불이 조명은 아른거리는 지난 추억과의 만남을 아름답게 표현해준다.

  <적도아래의 맥베스>는 인상적이고 많은 생각들을 전해준다. 끝나지 않는 일본과 한국의 갈등 속에 우호에 대한 현실, 잊혀 지지 않을 역사의 숙제, 승자가 패자가 되는 모순..등 아무런 불편 없이 스쳐지나가는 부분들이다. 그래서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 볼 부분임은 분명하다. 이런 것들이 세월이란 흐름에 풍화되는 모습은 쉽게 잊혀져서는 안된다. 앞으로도 스스무와 같은 젊은 세대의 사람들의 의해 그려질 부분들이 왜곡됨 없이 그려지기를 소망해보게 하는 모습에 이 연극은 이미 성공에 다가간 작품이 아닐까?

20100912_적도아래 포스터최종.jpg
적도 아래의 맥베스

- 2010.10.02 ~ 2010.10.14

- 평일 7시 30분 / 토요일,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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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세 이상 관람가 // A석 안내- 무대 장치를 넓게 사용하므로, 객석 3층의 경우 무대 일부가 충분히 보이지 않을 수 있사오니 예매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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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탈퇴회원)

    작품에 대한 생생한 리뷰를 보니 연극을 보고 다시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2010.10.17 09:34

  • (탈퇴회원)

    리뷰를 읽어보니 연극을 보면서 많은 궁금증과 생각을 가지고 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제가 몰랐던 이 연극의 소소한 매력을 리뷰를 통해 알게되서 좋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2010.10.17 02:39

  • (탈퇴회원)

    적절한 비유를 통해서 연극을 다시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2010.10.17 01:42

  • (탈퇴회원)

    연극을 참 재미있게 보신 거 같네요 저도 연극을 봤지만 내용이 좀 어려웠었는데 글을 보니 내용이 다 이해가 되는거 같네요

    2010.10.17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