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검색
회원가입 로그인 지금 가입하고
공연 할인쿠폰 받아가세요!
ENGLISH 후원 디지털 아카이브

October

10월

[인터뷰(구)]

고선웅 연출가, <산허구리>를 방문한 청춘에게

국립극단 극단적 낭만인




"고선웅 연출가, <산허구리>를 방문한 청춘에게"

*이하 내용에는 <산허구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산허구리>가 개막한 이튿날, 고선웅 연출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극단적 낭만인을 만난 고선웅 연출가는 여느 인터뷰보다도 편안하게, 또 진심으로
작품 뿐 아니라 현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향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 16101911331870234241.png 이미지


1. <산허구리>가 개막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너무 좋아요. 이제 관객들과 배우들 간에 서로 만나고 교감하는 일만 남은 거니까. 씨앗을 뿌렸고 이제 추수만 남은 거죠.



2. 관객들이 <산허구리>를 관람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요소들이 있을까요?

관객들이 판단 같은 것은 유보하고, 벌어지는 일 그대로 ‘옛날 어떤 어촌 마을에서는 저런 일이 있었대.’ 하고 보는 거예요. 마치 창밖으로 무슨 일이 나서 쳐다보는 것처럼. 이렇게. (창밖을 내다보는 고선웅 연출!) 그렇게 구경하듯이 보다가 어느 순간이 오는 거죠.

사람들을 보다가 쟤는 저래서 때리고, 쟤는 저래서 울고, 쟤는 저래서 아파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 순간 재미가 생기는 거죠.



  • 16101911343406712732.png 이미지
(▲ 실제 인터뷰 도중 벌떡 일어나 창밖을 물끄러미 보는 고선웅 연출 ^^)


3. 그런 재미가 특히 어느 부분에서 극대화될까요?

마지막 장면에서 복조가 죽은 시체로 걸어 들어올 때, 사실주의 연극으로 쭉 진행되다가 한 순간 자연스럽게 비사실주의로 전환이 되잖아요. 우리는 실생활을 보는 게 아니라 연극을 보는 거니까, 그 부분에서 확 드라마가 변하는 거죠.

<황혼에서 새벽까지>라는 영화를 보면서도 ‘이게 무슨 영화지?’ 하다가 뱀파이어 영화로 변하는 것처럼. 이 연극은 아주 사실적이다가 어느 순간 비사실적인 요소를 설치했는데 연극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복조의 시신만 들여놓고 막을 내리면 관객들에게는 ‘그래서 아팠으니까 어쩌라는 거지?’라는 의문만 남고 끝나버리는 거죠. 원작에 없지만 연출은 관객입장에서 고민해야하니까 ‘복조의 시체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원혼이 나타나서 가족들에게 인사도 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했죠.

그리고 ‘만선인데, 뗏목이라는 것도 결국 관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 장면에서 백옥 같은 관의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그 장면을 통해 치유하고 회환하고,
특히 마지막 실성한 엄마의 춤은 아이러니로 바뀌잖아요. 그 춤을 보면서 관객들은 이 엄마가 미친 건지, 좋은 건지 모르지만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픈 이야기지만 비극이 갖는 카타르시스란 것은 울고 난 후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과 같잖아요.



4. 1930년대 이야기인 <산허구리>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일까요?

지금도 인공지능, 스마트폰이 발달한 좋은 시대지만 우리가 그만큼 좋을까요? 아직 학생들은 고시원에서 살면서 편의점에서 1000원으로 고민하고 있고. 일제강점기라고 해도 친일파들은 잘 살았듯이 지금도 잘 사는 사람이 있고 못 사는 사람이 있죠.

일본의 배 발동기의 소리에서 일제 강점기의 아픔이 있잖아요. 우리가 그런 상처, 아픔들을 한번 봐야한다는 거죠. 그런 아픔과 상처들을 우리가 견디고 이겨야지, 인생을 포기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같은 맥락에서) 지금의 청춘들에게 돈 때문에 자승자박하고 스스로를 몰아가면서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5. 석이의 마지막 대사에 답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결국 <산허구리>가 질문을 던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관객들이 어떤 답을 찾기를 원하시나요?

관객들이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생각해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 답이 될 테니까요. “우리는 왜 이렇게 힘든 걸까.”라고 생각해보다가 만약에 ‘사회 구조 때문인가?’라는 생각이 들고 정말 그것 때문이면 바꾸면 되는 거죠.




  • 16101911354385778240.png 이미지

6. 20대의 고선웅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그 때는 생각이 많았어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까’ 생각하며 허무주의에 빠지기도 했죠. ‘직장에 취직하고 결혼을 한다고 해서 뭐가 좋을까?’ 그때는 비관적으로 생각을 하니 어떤 것도 행복한 게 없었어요. 연극을 해서 좋고, 결혼을 해서 좋고, 아이가 있어서 좋고, 좋게 보니까 좋은데 그때는 비관적이었어요. 특히 학생운동이 격렬하던 때여서 운동을 하러 가던 친구들과 달리 극장으로 향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죄의식도 있었죠.



7. 이전에 국립극단에서 하셨던 <한국인의 초상>이란 작품에서도 해보라는 결론이 나오잖아요. 그 ‘해보라’라는 말이 현재 청춘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해보지 않으면 미련이 남아요. 연극을 하고 싶은데 안하면 나중에 50살이 돼서 후회가 되는 거죠. 인생은 다 해봐야 돼요. 해보고 아니면 미련 없이 져버려야하는데 젊었을 때 연애도 해보고 비싼 옷도 아르바이트해서 사보고, 그렇게 살면 하루하루가 박진감이 생기는데 해보려는 마음이 없으면 대책이 없어요. 지금이 아니라 30대, 40대에는 그게 점점 안 되죠.

무엇보다 자신이 해보려는 열정이 제일 중요하고요. 저는 지금도 소설을 쓰겠다는 결심이 생긴다면 60살에라도 소설을 쓸 수 있어요. 인생은 한번 뿐이니까. 저한테 20대로 돌아가라면 오히려 안돌아가죠. (웃음) 그것보다 더 궁금한 건 80살이 되면 내가 어떤 연극을 할까. 그때가 되어도 피터 브룩 Peter Brook 선생처럼 계속 연극을 하고 싶은데. 그때도 지치지 않고 재밌는 이야기와 할 말이 있다면 그때의 제 작품을 가장 보고 싶어요.



8. 20대때 허무주의에 빠지셨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의 청춘들도 많이 허무함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극복하신 방법이 있나요?

제 예를 들면, 저는 신방과를 나왔는데 언론고시를 공부 안했어요. 그냥 오로지 연극만 했어요. 신기하게도 선배가 광고를 해보자고 해서 취직했지만. 그 후에 회사에서 나오고 ‘나는 글쓰기를 제일 좋아하구나.’ 알고 쓴 게 제 희곡의 시작이죠.

모든 사람은 타고난 자신의 능력이 분명히 있어요. 지금 젊은 친구들이 표류를 하는 이유는 내가 저 사람과 다른 어떤 존재라는 걸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죠. 외국 사람들은 비교적 우환이 없는 시대를 살아서 자율적이고 자신만의 것을 개발하는 게 있는데 우리나라는 시련을 많이 겪어서 부모가 원하는 게 많죠. 그래서 어느 전공을 했던 공무원을 준비하는데 젊은 청춘들이 몰리면 공무원 되기가 더 어려워요. 타고난 처지를 개발하고 내가 뭘 좋아하는 지 분석해야 돼요.






-
인생을 사는 데 정답이란 게 없죠.
하지만 <산허구리> 속 석이의 대사처럼,
한번쯤은 ‘우리가 왜 이렇게 사는지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이상 고선웅 연출과 함께한 극단적 낭만인 2기의 인터뷰였습니다!




open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고선웅 연출가, <산허구리>를 방문한 청춘에게"저작물은 “공공누리 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