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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10월

[이슈&스토리(구)]

<로베르토 쥬코>, 마지막 장 읽기

국립극단 극단적 낭만인




*(이 글은 작품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태양에서 나오는 걸 쳐다봐. 태양의 성기야.

저기에서 바람이 나오는 거야. 저건 바람의 근원이야.

동쪽으로 머리를 돌리면 그리로 움직여 갈 거야.

서쪽으로 머리를 돌리면, 그쪽으로 따라 올 거야."

- <로베르토 쥬코> 마지막 장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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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의 쥬코의 말에 궁금증을 가지신 관객들이 있을 겁니다.
이 장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작가 베르나르-마리 콜테스가 왜 이런 이야기를 썼는지에 그 배경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 융의 ‘집단적 무의식’
가장 먼저 이해를 위해 위대한 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이 정신질환자의 심리상태의 근거로 삼은 ‘집단적 무의식’에 대해 알아야합니다. ‘집단적 무의식’이란 문화와 시대에 상관없이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무의식을 뜻합니다.

융은 이에 대한 근거로 자신의 환자 중 한명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그 환자는 ‘눈을 반쯤 감으면 태양의 남근이 보이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 남근도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흔들림에서 바람이 생성된다.’고 말했는데, 몇 년이 지난 후에 융은 기원전 15세기에 존재했던 미트라교에서 그와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는 걸 알았습니다. 환자가 그 이야기를 알았을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에 이 사례를 근거로 융은 몇 천 년의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은 인간의 보편적인 무의식의 존재를 주장했습니다.



- 인간과 신화
융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모두 주관적인 신화를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그런 주관적인 신화는 인류 보편적으로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집단적 무의식’의 영향을 받죠.

또한 이러한 신화가 원시 사회에서부터 내려오며 인간이 스스로에 대한 존엄성을 지키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합니다. 마치 인디언이 자신들을 태양의 아들이라고 여기며 위엄을 갖던 것처럼 말이죠. 융 후대의 정신의학자 앤터니 스토는 자신의 저서에서 반면 현대인은 이러한 신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평소 이런 융의 이론에 관심이 많던 <로베르토 쥬코>의 작가 베르나르-마리 콜테스는 융의 ‘집단적 무의식’의 근거가 된 이야기로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쥬코와 달리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목소리로만 나오는 인물들은 이러한 태양의 성기를 보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이 장면을 통해 ‘콜테스가 말하고 싶은 쥬코는 어떤 인물일지’를 생각해본다면 한층 더 깊은 공연 관람이 되지 않을까요?




참고: <태양앞에 선 쥬코; 일상적 폭력과 업압의 신화> 유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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