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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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마음에 이고 있던 돌덩이를 내려놓고 갔다.
  • 작성자 박*환

    등록일 2017.04.13

    조회 2359

하루종일 모니터 너머의 인간들과 씨름했더니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고 마음은 돌덩이 처럼 무거워졌다. 짧지 않는 직딩의 경험으로 비춰보아 양손 가득 쥐고있던 일들을 잠시 내려놓는 처방을 내리는 게 맞다.

 

모처럼 평일 관극을 했다. 버리고 버려도 계속 생겨나는 쓰레기 처럼, 끊임없이 나타나는 일들 때문에 한동안 평일에 뭘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될데로 되라지를 백만번쯤 되새기고 머릿속을 까맣게 칠해버린뒤 사무실을 나섰더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국립극단은 서부역 앞 소화병원옆에 있다. 그 애매한 장소에-그 곳이 극단이란 것 조차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지만, 공항철도로 딱 한 정거장 거리가 서식지인 나로서는 고마운 곳임에 틀림이 없다.

 

소극장 판에서 열리는 <광주리 이고 나가시네요, 또>는 분명 지루할 수도 있는 노인에 관한 이야기였다. 노인이야기가 다 인척 하던 극은 노인을 꼭지점 삼아 가족이야기, 삶이야기, 그리고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청년의 이야기를 한 올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 되어 버린 현실을 보여주며, 큰소리로 웃는 얼굴과 속삭이며 우는 마음이 교차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왜"라는 대사는 단 한마디도 없었는 데, 커튼콜이 되는 순간까지 "어쩌다?"라는 물음표가 마음에 남았다. 이런 게 작가의 역량이고, 연출의 힘일까. 발찍한 윤미현 작가 같으니라구.

 

홍윤희, 이영석, 박혜진 같은 어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도 좋았는 데, 죽음을 목전에 둔 고시원 노인을 연기한 오영수의 연기에 여운이 남는다. 짧게 친 흰머리와 듬성하게 난 수염. 앙상한 얼굴. 거기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작은 검버섯들. 분명 겉 모습에서 받은 느낌이 없었다곤 부정하진 못하겠다. 다만 배우의 연기와 삶의 궤적이 어느새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을 떄, 가짜인 줄 알면서도 진짜라고 믿어버리게 만든 그 자연스러움이 낱말 하나하나를 이고 다가왔다. 나도 언젠가 저 자리에 서게 될 지 모르겠다는 인생의 스포일러를 보게된 것만 같은. 그런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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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 2017.04.07 ~ 2017.04.23

- 평일 19시 30분│주말 15시│화요일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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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세 이상 관람가(중학생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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