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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동물원> 환상과 현실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우리들의 자화상
  • 작성자 이*미

    등록일 2014.08.14

    조회 2627

프리뷰 첫공 후 가슴 속에, 머리 속에 많은 것들이 담겼던 작품.

두번째 보고나서야 두서없지만 나름대로 끄적거려 볼 수 있었습니다.

 

희곡으로 먼저 읽었지만 동명의 무대로는 만나지 못했었고,

우리나라 버전 각색극인 '달나라 연속극'을 봤었기에

낯설지 않은 듯 하면서도 새로웠던 첫 공연.

 

공연 전 조용히 무대 위에 보이는 유리동물과 아버지의 초상화, 그리고 기울어진 무대면...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꿰뚫어진달까요?

마치 뮤지컬이나 오페라의 overture 같았어요.

 

로라 방 쪽으로 기울어진 무대는 혼란의 시대, 불안한 가족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치 같았고,

깨진 거울이 걸려있는 이 집안의 형태가 액자같기도 하고 답답한 상자같기도 하고...

(로라가 유리공예품들을 담아놓은 네모난 상자가 문득 떠오르네요.)

톰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모습이 그러했을까 싶더라구요.

톰이 종종 머무르는 집 밖의 건물들은 어둠, 쓸쓸함, 고단함이 고여있는 공간같았어요.

그곳 높은 곳에서 달나라보다 더 먼 어느 곳을 바라보는 톰과 자신의 좁은 공간 안에서 유니콘을 쓰다듬던 로라의 모습을 한 장면에 담은 연출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답니다.

거리의 악사처럼 배치한 첼리스트의 연주도 좋았구요.

 

1막에서는 주로 톰과 아만다의 갈등과 이 집안의 결핍이 무엇이고 그들 각자가 가진 환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죠.

2막에서는 로라와 짐, 그리고 아만다의 촛불같은 시간을 보여줘요. 쉽게 꺼질 수 밖에 없는, 환상처럼 남았지만 결국은 흘러내리는 촛농만 남는....

 

무대 위 윙필드가의 세 식구들과 방문객 짐.

네 배우님들 모두 너무나도 멋지게 각각의 캐릭터들을 그려내주셨어요. 

 

그 중에서도 제게는 승주배우님의 톰이 보여주는 존재감이 상당히 컸습니다.

나레이터이기도 했지만 톰이 많이 등장하는 1막에서의 객석 몰입도가 대단하더라구요.

저에겐 톰이 내뱉는 대사들이 참 가슴 아프고 먹먹했어요.

내 인생에 자신의 것은 하나도 없다고 외치는 허름한 런닝 차림의 톰이나,

관 속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만 어떻게 못 하나 빼지 않고 거기서 빠져나오겠냐며 마술쇼와는 다른 자신의 현실을 한탄하며 잠드는 모습이 어찌나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던지...ㅠㅠ

톰의 어깨 위에 얹혀진 무거운 짐들이 보였어요.

그리고 누나 로라를 아끼고 챙기는 모습은 참으로 애틋하고 아름다워 보였죠.

 

김성녀선생님의 아만다는 과거라는 환상에 묶여 현실을 잊고 싶어하는 여인이었죠.

성숙하기 보다는 과거와 함께 살아가며 나이먹지 못한 안타까움을 보여줬어요.

톰과 싸울때나 로라를 다그칠땐 억척스럽게 노쇠해가는 엄마같다가도,

그토록 놓지못하는 과거를 회상하고 언급할땐 그 시절 아가씨의 모습과 목소리로 노래하는 모습.

그 모습들을 무대 위에서 그려내시는 아우라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공연을 보고나서 수선화의 꽃말을 찾아보았어요. '자기애')

 

로라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유리공예품과 동일시되는 인물이었죠.

작고 깨지기 쉬운.......

그녀에겐 아버지가 남겨준 과거(축음기), 자신을 위해 행하는 유일한 행동 유리공예품을 모으는 현재만이 남아있는 듯 했어요.

촛불을 켜준 신사는 그녀의 미래가 아닌 그녀의 삶 속 유일한 환상마저 깨버리는 한없이 잔인한 존재.

 

그래서 저는 짐이 너무나도 미웠습니다.ㅠㅠ

로라에게 너에겐 사랑이 필요해.라고 충고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 느껴졌어요.

 

그런 짐때문일까요?

달나라보다 먼 곳으로 떠나버린 톰때문일까요?

이번 유리동물원은 제게 상당히 비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희곡으로 읽은 느낌보다도 더.

 

 

극 전체적으로는 어둡지만 대사나 장면 안에서의 위트를 놓치지 않으려 했기에 조금 편하게 보실 수도 있겠고(특히 1), 한장면 한장면 한사람 한사람에게 이입하다보면 한없이 무거워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두번째 관극에서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러 당황할 정도였으니까요.

 

 

제겐 이번 유리동물원이 배우, 무대, 음악, 조명 모두 조화롭게 잘 이루어진 멋진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아직도 관극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이 무대에서 제게 자석처럼 끌어주는 힘이 느껴져요.

 

 

남은 기간동안 많은 분들이 유리동물원을 보시고 각자 가슴 속에 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무엇이든.....

 

 

 

참, 예술가와의 대화 시간과 15분 강의도 유익하고 좋았습니다.

시간되시는 분들은 그 기회도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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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동물원

- 2014.08.06 ~ 2014.08.30

- 평일 19시 30분ㅣ주말·공휴일 15시|
8/21(목) 11시ㅣ8/30(토) 15시, 19시 30분 2회|
화요일 공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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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13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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