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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들리나요……. (스포주의)
  • 작성자 강*훈

    등록일 2014.05.06

    조회 2370

 대학교에서 자그만 희곡동아리 회장을 맡고 동아리 원들과 처음으로 함께 본 연극, 「한 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이번 연극은 사뭇 진지한 극을 처음으로 접하는 새내기 친구들 중 몇몇에게는 조금은 어려웠던, 그럼에도 많은 친구들이 재미있게 본 연극이자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명동예술극장의 공연답게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짜임새 있게 표현한 연극이었다.

 

소음이다. 말들은 소음이다. 공항에서 이언을 기다리고 있는 나스타샤에게 주변에 들리는 말들은 비행기 이?착륙 소리와 다를 바 없다. 카페주인은 무려 6개국의 언어로 대화를 시도 하지만 어떤 화려한 언변도 나스타샤의 입을 열지 못한다. 다만 ‘너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에 짧게 반응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우주에 남겨진 우주비행사들이 지구로 보내는 말도 “지지직” 거리는 전파에 불과하다. 우주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두 명의 우주비행사들은 서로를 향해 수없이 말을 쏟아낸다. 이전 일을 들추고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

말은 덧붙이면 덧붙일수록 원래의 대상에서 멀어진다. 더 잘 설명하려고 덧붙인 말들이 오히려 오해와 왜곡을 만든다. 말을 많이 하면 많이 할수록 각 단어나 문장의 뜻은 구별 없이 흐려진다. 옷 또한 그렇다. 나스타샤는 에릭 덕분에 원하는 만큼 쇼핑을 하지만 모든 종류의 옷을 다 가지게 되면 그녀만의 패션, 개성은 사라진다. 많으면 많아질수록 원래의 가치는 퇴색된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욕망을 품고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비비안과 실비아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극에 도입된 1인 2역 장치를 감안하지 않고, 같은 이력을 가진 비비안과 실비아가 동일 인물이라고 할지언정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수많은 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너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물음은 더욱 절실하다. 베르나르와 비비안이 만났을 때, 그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교감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교감한다고 보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마음은 언어라는 옷으로 치장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 상대에게 옮겨간다. 우주비행사가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가 빛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쉽게도 베르나르와 비비안의 대화는 끊어지고 우주비행사가 보낸 메시지가 그녀에게 가 닿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TV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훈련된 경찰의 언어가 화가 난 도둑과 대화 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니었던 점은 우리에게 막연한 소통의 가능성을 말하진 않는다. 다만 우리에게 이제는 들리느냐고 물을 뿐이다.

 

「한 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제목도 참 길다. 우리가 이 연극을 단체관람을 하게 된 이유 중 시선을 끄는 제목이 한 몫을 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배경에 대한 기대가 우리를 이끌었다. 결과는 대만족. 뛰어난 영상미로 배우뿐만 아니라 배경마저도 생동감을 내뿜는 연극을 보고 있자니 많은 문학 장르 중에도 특히 희곡에 관심이 큰 우리 친구들에게 문학이 사람들 속에서 이렇게 살아 숨 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 좋았다. 문학이 이렇게 살아 숨 쉴 수 있다면, 스코틀랜드의 작가 아저씨는 섣불리 말하지 않으셨다만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남아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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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

- 2014.04.16 ~ 2014.05.11

- 평일 19시 30분ㅣ 주말,공휴일,5/9(금) 15시ㅣ화요일 공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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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13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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